[배병화 칼럼] 6·3 투표 없는 당선, 멈춰 선 민주주의 위기

칼럼
[배병화 칼럼] 6·3 투표 없는 당선, 멈춰 선 민주주의 위기
프레스존 에디터 / 법학박사
  • 입력 : 2026. 05.18(월) 10:04
  • 배진희 기자
프레스존 에디터 / 법학박사
숫자가 말하는 광주·전남 정치의 경고음 확대


이른바 '선거가 없는 선거'가 늘고 있다. 광주·전남 지방선거에서 경쟁 후보가 없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되는 ‘무투표 당선’이 속출했다. 이 현상은 지역 정치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러나 숫자와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면 아주 심각한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지역 특성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구조적 경고에 가깝다.

숫자로 확인된 ‘경쟁 없는 선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무투표 당선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 3명(광주 2명, 경기 시흥 1명),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 510명-광역의원 108명, 기초의원 305명, 정당별 무투표 당선(더불어민주당 172명, 국민의힘 132명, 진보당 1명.

이 수치는 일부 지역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선거 경쟁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특히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이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점은 지역 정치 생태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천이 곧 본선'이 된 정치 구조

광주·전남에서는 오래전부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이 반복돼 왔다. 선거는 원래 두 단계로 작동한다.

첫째는 정당 공천 경쟁, 둘째는 유권자 선택 경쟁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 번째 단계가 사라지고 있다. 본선 경쟁이 약화하면서 선거의 무게 중심이 정당 내부로 이동했다. 유권자는 선거의 주인이 아니라 결과를 지켜보는 관전자가 되어가고 있다.

무투표 당선은 이 구조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결과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단계인 ‘투표’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투표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들

무투표 당선은 단순히 투표일 하루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선거의 핵심 기능이 함께 사라진다.

첫째, 유권자 선택권의 실종
투표가 없다는 것은 선택이 없다는 뜻이다. 유권자는 후보를 평가하고 결정할 기회를 잃는다. 선택 없는 민주주의는 껍데기에 가깝다.

둘째, 후보 검증 기능의 붕괴경쟁이 없으면 정책 토론도, 공약 경쟁도, 자질 검증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검증 없는 당선’이 반복된다.

셋째, 지방의회 견제 기능 약화
경쟁 없이 당선된 지방의원이 대거 늘어나면 지방의회의 견제와 균형 기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견제가 약한 권력은 책임도 약해진다.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온다.

정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경고 신호

정당별 무투표 당선 수치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민주당 172명, 국민의힘 132명, 진보당 1명이라는 무투표 당선자에서 짐작하듯, 사실상 양당 중심 독점 구조다.
정치 신인과 청년, 소수정당이 진입할 공간은 더욱 좁아진다. 정치가 순환하지 않으면 고착되고, 고착된 정치는 시민의 삶을 따라가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목소리를 필요로 한다. 경쟁 없는 선거는 그 통로를 막는다.

참여 감소의 악순환

무투표 당선이 늘어나면 시민의 정치 관심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투표할 필요가 없으니 관심도 줄어든다. 관심이 줄면 경쟁이 약해지고, 경쟁이 약해지면 무투표 당선은 더 늘어난다.

지금 광주·전남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민주주의 참여가 약해지는 악순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경쟁으로 숨 쉰다

무투표 당선은 제도적으로 허용된 결과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면 분명한 경고 신호다.
무투표 당선 510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 안에는 사라진 경쟁, 줄어든 참여, 약해진 견제가 담겨 있다.

선거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이 사라질 때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는다.

이제 지역 사회는 선택해야 한다.
투표 없는 당선을 관행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경쟁이 살아있는 지역 정치를 회복할 것인가.

투표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숨 쉬는 방식이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주·전남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속출 ... "정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