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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중수청 출범, 경찰 책임과 전문성 시험대
검찰 폐지 이후…형사사법의 빈틈을 막아라
권한 커진 경찰, 사명의식·수사역량 강화 시급
공소청·중수청·경찰, 경쟁 아닌 협업체계 구축해야
형사사법 대전환…국민 안전과 기본권이 최종 기준
78년 검찰 시대 종료…새 수사질서 안착이 과제
[프레스존]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폐지되고 수사의 주체는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했다.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이날부터 본격 가동된 것이다.
검찰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조직이 사라진 것은 단순한 정부 조직 개편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 영장과 공소 유지,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둘러싼 형사법 질서의 기본 구조가 바뀌는 일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지난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승패를 다시 논하는 일이 아니라, 새 제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정시키는 일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과도기의 수습이다.
형사사법 체계는 행정조직 하나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작동 방식까지 완전히 전환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사건 접수와 배당, 압수수색과 체포, 송치와 공소 제기, 보완수사, 증거 관리까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어느 한 지점이라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 그 피해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간다.
전남광주에서도 이날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과 광주지방공소청이 동시에 출범했다. 기존 광주지검 청사는 광주지방공소청으로 전환됐고, 광주중수청은 북구의 민간 건물에 임시 둥지를 틀고 첫 업무에 들어갔다. 광주중수청은 정원 240명 규모지만 출범 당시 현원은 약 140명으로 알려졌다. 구속 피의자를 수용할 자체 시설이 없어 광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이용하는 등 새 조직의 기반도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출범 첫날부터 이러한 모습이 드러났다는 것은 새로운 제도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형사사법 체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의 혼란과 미비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과도기를 얼마나 짧게 끝내고 안정적인 수사·기소 체계를 구축하느냐이다.
광주중수청에는 업무 시작과 함께 자치구 공공계약 비리 의혹과 관련한 첫 고발 사건도 접수됐다. 새 기관이 문을 여는 순간부터 수사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정부와 수사기관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권한의 공백’과 ‘책임의 공백’이다.
검찰청이 없어졌다는 사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동안 검찰이 담당했던 기능들이 어디로 이동했고, 그 업무를 누가 어떤 책임 아래 수행하느냐이다.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 처리기간이 늘어나거나,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해석이 엇갈리거나, 사건을 서로 떠넘기는 일이 반복된다면 제도 개편의 명분과 관계없이 국민에게는 사법서비스의 후퇴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이제 경찰이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면서 경찰의 책임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경찰은 더 이상 검찰의 지휘를 받아 움직이는 보조적 수사기관이라는 인식에 머물 수 없다. 국민이 처음 만나는 사실상의 ‘형사사법 최전선’이자 대부분의 민생 사건을 판단하고 처리하는 핵심 기관이 됐다.
중수청이 7대 중대범죄를 담당한다 하더라도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상당수 고소·고발 사건과 민생범죄 수사는 경찰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실질적인 성공 여부가 경찰의 수사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한이 커지면 책임은 그보다 더 커져야 한다.
경찰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사람과 조직, 장비보다도 사명의식과 전문성이다. 수사권의 확대가 조직의 힘을 키우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고, 가정을 흔들고, 기업의 존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사권을 행사하는 만큼 더 엄격한 법률적 판단과 절제된 권한 행사가 요구된다.
수사의 질 역시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경제범죄, 금융·가상자산 범죄, 사이버범죄, 산업기술 유출, 마약, 조직범죄는 갈수록 전문화·국제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현장 경험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 조직 역시 법률·회계·금융·IT·디지털포렌식 분야의 전문수사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장기간 한 분야를 맡아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국민이 실제로 접하는 사건 대부분은 거대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범죄가 아니다. 사기와 횡령, 폭행, 스토킹, 성폭력, 교통사고, 보이스피싱 등 생활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민생범죄다. 형사사법 개혁의 성공 여부 역시 결국 국민이 경찰서에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과정에서 판단하게 된다.
사건 처리 속도와 정확성, 피해자 보호,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불송치 결정의 설득력까지 모두 경찰의 새로운 성적표가 된다.
동시에 경찰 권한 확대에 상응하는 통제 장치도 중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취지가 권한 집중을 막고 상호 견제를 강화하려는 데 있는 만큼 경찰 역시 외부 통제와 내부 감찰, 이의신청과 사법적 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막강한 권한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권한을 스스로 절제하고 잘못된 수사에 책임지는 데서 생긴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역할 정립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광주중수청의 첫날 풍경은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안착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 청사와 인력, 수사 시스템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경찰과 공소청, 중수청 사이의 사건 이첩 기준과 협력 체계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경찰과 중수청은 경쟁 기관이 아니다. 공소청 역시 수사기관과 대립하는 기관이어서는 안 된다.
범죄를 밝혀내고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기능을 나눈 형사사법 공동체다. 조직 간 칸막이와 영역 다툼이 시작되는 순간 수사·기소 분리라는 제도의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검찰청 폐지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수십 년간 유지된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었다면, 그 변화가 국민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국가의 책임이다. 수사 공백도, 사건 떠넘기기도, 기관 이기주의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경찰이 새롭게 서야 한다.
검찰이 역사 속으로 들어간 2026년 10월 2일은 동시에 대한민국 경찰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책임을 부여받은 날이며, 광주중수청을 비롯한 새로운 수사기관들이 첫발을 내디딘 날로 기록될 것이다.
경찰은 이제 ‘권한을 더 가진 조직’이 아니라 수사의 완결성과 국민의 기본권을 책임지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중수청은 정치적 외풍과 조직 논리에서 벗어난 전문수사기관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며, 공소청은 법과 증거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조직을 바꾸는 개혁보다 어려운 것은 문화를 바꾸는 개혁이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성패 역시 법률 몇 조항이나 기관의 간판이 아니라 현장에서 결정된다.
국민이 범죄로부터 더 안전해졌는가.
억울한 사람이 줄었는가.
사건 처리가 더 신속하고 공정해졌는가.
결국 개혁의 평가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려질 것이다.
78년 검찰의 시대가 끝난 자리에서, 이제 경찰과 중수청·공소청이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새로운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10.06 (화) 10: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