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로 방치되다시피한 선사체험장 '가리마당'

다섯개의 계단을 쌓아 만든 가리마당 모습

가리마당 표지석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원형 ‘가리마당’ 40여 곳 깨져
4대강 후속 지류지천 도곡지구 정비사업 ‘예산낭비’


[프레스존] 이른바 4대강 후속 사업으로 추진한 지류지천 사업이 이렇게 부실하고 관리가 안된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전남 화순군 도곡면 천암리 천암교 밑을 가로지르는 지석천 주변에 꾸며 놓은 ‘선사의 꿈’이라는 시설 일부가 부서지고 망가져 내리는 흉물에 착잡한 마음이 앞섰다.

'가리마당'이라 이름 붙여진 이 선사시대 체험장은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12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4대강 후속사업으로 추진한 전남북지역 지류지천 정비사업의 결과물이다.

동복천, 화순천, 지석천으로 갈라지 화순의 물길 중 화순 이양에서 춘양, 능주로 흘러드는 지석천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도곡면 천암리 천암교 밑에 다다르면 이 시설에 대한 종합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4대강의 하나인 영산강을 향하여 흐르는 지석천 일원의 물길을 가로지르는 평리교, 신성교 천암교, 신덕1교, 미곡교 주변에 조성한 환상거리, 가락거리, 범바위 마당, 가리마당, 선돌마당, 바리마당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당시 2천226억 원을 투입해 지석천 도곡지구, 만경강 춘포지구 등 지류지천 9개에 대한 환경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이 중 지석천 도곡지구에는 선사 시대 삶의 모습을 체험하는 선사 체험광장이 조성돼 있는데 ‘가리마당’이 핵심 주제로 등장한다.

여기서 가리라는 말은 물고기를 잡는 어구를 뜻하는데, 통발 비슷하게 대오리를 엮어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2천500년 전 무렵, 선조들이 논, 저수지, 여울 등 고인 물이나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덮어 씌어 잡을 때 쓰던 도구인 셈이다.

지석천 일대에선 가리로 물고기를 잡았떤 선조들의 삶을 체험하는 가리마당은 다섯 개의 계단을 쌓아 만든 원형 문화시설이다.

그 계단 상층부엔 커다란 바위에 가리와 가리를 사용해 물고기를 잡은 사람을 형상화하는 세 종류의 그림이 전면부와 후면부에 각각 새겨져 있다.

그 조각품이 만들어진 지 어느덧 10년 쯤 세월이 흐른 탓인지, 5층으로 쌓아 놓은 계단 곳곳이 허물어져 흉물로 변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변을 쭉 둘러보면 원형으로 둘러싼 널빤지 모양의 대리석 40개 정도가 덧댄 곳에서 이탈하거나 망가져 내린 모습을 쉽게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가리마당 포토존-물고기 형상

물고기 모양의 포토존, 가리마당을 설명해 주는 표지판 주위엔 잡초가 무성해 글씨를 가리기도 해 풀을 제치지 않으면 원뜻을 파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4대강 사업, 그 지천지류 사업이 야심차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이름 붙여진 ‘선사의 꿈’이 여지없이 깨지고 무너지는 격이 아닌 가 싶다.

화순 춘양과 도곡 주변의 고인돌 문화와 더불어 선사시대 조상들이 물고기를 잡던 시대상, 생활상을 체험하자는 가리마당은 제 역할을 하는 지 의문이다.

시설을 관리하는 주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숫제 잡초만 무성하고 시설이 깨지고 허물어지는 모습이라면 이게 바로 예산 낭비의 전형이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주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까지 망가진 시설을 개보수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고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