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여수해양FC U-18 김종휘 부단장, 정용희 감독, 코치진이 선수들과 한 해를 마무리 하고 내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본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볼 컨트롤에 나선 여수해양FC U-18 선수들

여수해양FC U-18 축구선수단 전원이 탑승해 이동이 가능하도록 최근 새로 구입한 45인승 버스

[프레스존=배병화 기자] 살을 에는 듯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1일 오후 3시 반 무렵.

여수의 진남체육공원 축구보조경기장에 여수해양FC U-18 소속 고등학생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선수 20명이 정용희 감독과 코치의 주문에 따라 담금질에 나선 모양이다.

3년째 부단장을 맡아 물심양면의 지원에 나선 김종휘 제일E&C 대표도 합류해 훈련 과정을 지켜보았다.

어린 선수들은 가벼운 체조와 몸을 이리저리 비트며 유연성을 높이는 동작, 축구공을 차며 주고받기를 이어가는 루틴에서 활기가 넘쳐 났다.

한 20분, 이리저리 뛰다보니 어느새 후끈후끈 체온이 달아오르는 듯 하나둘씩 선수들이 두툼한 겉옷을 벗어던진다.

제 아무리 동장군이라도 목표가 분명한 운동선수 앞에선 그다지 소용이 없으리라.

해양과학고 학생을 중심으로 현재 2학년 7명, 1학년 13명으로 구성된 단원들 기세가 등등하다.

지난 21일과 22일에도 루틴의 훈련을 소화하는 이들은 하나 같이 벌써 내년 리그 경기로 향하고 있다.

창단 첫 해인 올해 성적이 호남권역 후반기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해 새해엔 우승까지 넘보겠다는 심산이라 읽혀진다.

주장을 맡은 2학년 양창식 선수는 “팀으로는 리그 우승이랑 대회에서 성적 한 번 내보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경기에서 안 다치고 좋은 활약을 해서 기복이 없는 경기력으로 최대한 공격 포인트를 많이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내년에 2학년에 올라가는 이혜강 선수는 “올해보다 더욱 책임감을 갖고 성인무대에서 뛰는 날까지 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성실하게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이어, “내년에도 같은 또래 선수를 잘 이끌어서 저학년 대회에서 4강을 이루고, 고학년 경기에 들어가 주말 리그에서 우승, 대회에서 4강을 이루는 게 꿈이다”고 자신했다.

가까운 순천, 멀리 부산에서까지 동생들 5명이 1학년으로 입학하게 된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더한다.

여기저기서 합류한 신입생들이 선수로 함께 뛰게 되니 든든한 팀이 되리라는 기대치도 그만큼 높은 게 사실이다.

기왕이면 더 많은 학생 선수들이 신입생으로, 혹은 전학생으로 합류하게 되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겠다는 간절함도 엿보인다.

이른바 여수해양FC U-18 팀은 그냥 축구 클럽이다.

성인 클럽도 아니라, 18세 이하 학생들로 이루어진 축구선수단이다.

현재 20명 선수 중 여수 해양과학고 학생이 16명으로 주축을 이룬다.

나머지 4명의 선수로는 여수고 1명, 한영고 1명, 여수정보고 1명, 경북의 한 대안학교 1명이 포함돼 있다.

보통의 특정 학교에 소속한 축구부와 다른 짜임새로 보면 된다.

축구를 하는 선수들이 모인 집합체이니 실상은 축구부인데 축구부라는 말도 쓰지 못하는 형편이다.

같은 운명체인 만큼 하나의 학교에 소속하면 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10년 전부터 특성화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해양과학고로선 전체 학생수가 겨우 70명을 턱걸이한 소규모 학교로서 축구부 운용이란 엄두도 못 낸다.

지난 9월 부임한 김희헌 교장은 일각에서 해양과학고 전학 허용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 원론적 입장에서 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본지와 취재 과정에서 “자영수산과, 해양레저관광과로 구분해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교육 목표와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전학심의위에서 심의해서 전학 허가여부를 결정한다”며 완강한 스탠스를 취했다.

김 교장은 다만, 공부와 축구를 병행해야 하는 해양과학고 학생들에게 훈련 참가 및 대회 출전을 감안 1년에 50일까지 출석을 인정하거나 최대한 교과 과정에 침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범위에서 지원하려 한다는 뜻도 덧붙였다.

전임 교장 때와는 달리, 꽉 막힌 전학 문제 말고도 전용 연습구장, 기숙사 시설, 팀 운영에 드는 선수단 버스 등 예산 지원 등에서 제약 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스포츠클럽에 대한 여수시와 전라남도교육청 같은 공공기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학교 스포츠 육성을 바라는 후원 기업들의 기부, 선수를 둔 학부모들의 헌신이 합해지지 않고선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언제 학생이 끊길지 몰라 고민이 적잖은 특성화 학교 입장도 고려할 대목이다.

동시에, 특성화 학교를 존재케 하는 축구팀으로서 역할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학생들 입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공공스포츠 활성화, 고등학교 스포츠 육성이라는 취지와 관점에서 학교든 선수든 다 같이 지혜와 슬기를 발휘할 때가 지금이다.



[인터뷰] 김종휘 여수해양FC U-18 부단장

김종휘 부단장

운영 예산·학교 시설 부족 ... “기업·시민 후원이 힘”
4개 기업 도움으로 45인승 버스 구입, 돌산중 운동장·선수 전학 문제는 숙제


Q1. 여수해양FC U-18는 어떤 팀인가

A. 18세 이하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축구 선수들 모임이다. 이른바 공공스포츠 클럽이다. 여수에는 축구 외 배드민턴, 탁구, 유도, 요트 팀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수시장이 단장을 맡고 있다. 부단장이 실제 팀을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여수지역 시민생활 및 학교스포츠 육성에 기여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제일E&C라는 기업을 이끌며, 여수FC로 출범한 2020년부터 3년째 살림을 꾸리고 있다.

Q2. 축구 팀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나

A. 어느 특정학교에 소속된 축구부와 다르다. 대부분 여수해양과학고 선수들이 주축이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도 이 축구 클럽 멤버로 뛸 수 있다.

회원 모집은 개방적이라는 뜻이다. 여수 지역 3개 고등학교, 전남 권역을 벗어난 외지 학교 학생들도 전학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현재 감독과 코치, 사무국장과 직원, 선수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에는 신입생들이 1학년으로 들어오면 더 늘어나게 된다.

Q3. 현재 팀 운영에 어려움은 없지 않은지

A. 예산이 부족하고, 선수 확충에 애로를 겪고, 선수들 훈련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연간 예산은 여수시 보조금 1억3천만 원이 전부다. 내년에는 이마저도 11% 삭감돼 1억1천500만원으로 줄어든다.

사무국 인건비, 운영비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여기저기서 기부와 후원을 받아 버티는 형국이다.

올해 전남교육청에서 4천만 원을 특별 지원받았다. 학교에 운동부가 없는 구조여서 학교로부터 예산 지원은 없다.

부단장이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다달이 100만원씩 기부하고, 선수들 이동에 필요한 25인승 스타렉스 버스 대여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Q4. 수업 후 학교운동장 아닌 보조경기장을 쓴다는데?

A. 해양과학고 운동장은 축구장으로 활용하기 비좁다. 이마저도 천연잔디가 깔려 훈련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 수업이 끝나면 시내 체육공원에 자리한 진남보조경기장을 활용한다.

문제는 수업 후 훈련, 이동시간 소요에 직면해 효율적 팀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이다.

그 동안 선수단 차량이 작아서 불편했다. 두 차례 선수를 버스로 이동시키는데 한 번에 30분 이상 걸렸다. 여름철엔 해가 길어 그나마 낫지만, 겨울철엔 해가 짧아 훈련시간이 줄어든다.

다행히 최근 여수지역 독지가들이 힘을 보태 큰 버스를 구입했다. 제일E&C, 마린글로리, 용호기계기술, 케이엠티에서 그 대열에 참여했다.

약 5천여 만 원이 드는 45인승 중고 버스지만 이제부터 한 번 운행하면 학생들 이동이 끝난다. 그만큼 시간을 번 셈이다.

아쉬운 점이 또 있다. 옆에 있는 돌산중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곳의 운동장이 넓어 사용할 수만 있다면 시내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인조잔디를 깔아 활용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말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Q5. 해양과학고로 전학하려는 선수들이 있다는데

A. 올해 리그 경기 성적이 좋아서인지 전학 오려는 학생들이 좀 있다. 지난해 9월 이전까지는 이런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는데 지금은 막혀 있다. 그쯤에 새로 부임한 학교장 방침 때문이란다.

이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축구도 하려는 학생들이라면 전학을 허용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물론 소규모 학교 운영, 특성화 교과과정상 이유를 드는 학교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학의 기회를 원천 봉쇄할 정도로 문제가 없다면 유연하고 개방적인 학교 운영이 정상적이라 판단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학생선수들이 늘어나면 존폐 위기에 몰린 학교로서 하나의 처방전이 될 수도 있는 까닭에서다.

체육회 및 축구협회는 물론 여수지역 공동체 의견도 허용 쪽이 대세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