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악취·석면·흉물로 방치된 화순양계단지[하]

르뽀&탐사
[르뽀] 악취·석면·흉물로 방치된 화순양계단지[하]
‘더 큰 위험’ 석면더미, 조류독감
  • 입력 : 2020. 06.09(화) 17:07
  • 배병화 기자
석면 슬레이트 시설이 방치된 닭장들
[프레스존] 가축분뇨 냄새로 골치를 썩이는 화순양계시범단지의 문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9개 농장이 폐업 상태에 돌입한 와중에도 한 농장만이 남아 여전히 산란계를 사육하고 있는 게 더욱 더 위험하다.

자칫 조류독감이라도 발생하는 일이라도 생길까봐 조바심마저 사고 있기 때문이다.

반경 2km 안, 직선거리 650여m 안에 드는 전남대의대 화순캠퍼스나 병원측으로서는 초비상사태에 돌입하기 십상이다.

정상적 학사 운영이나 의료행위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 되리라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 1일 과학기술부에서 국가면역치료센터 플랫폼을 화순전남대병원 부지 안에 설립하기로 하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산란닭을 키우다 버려둔 내부 닭장 모습

늦어도 올해 하반기 대형 국책사업이 시작함에 따라 조만간 이 곳 양계단지의 정비 또는 활용문제가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시설을 지금처럼 방치했다가는 화순군이 백신산업특구, 국가면역치료 플랫폼을 유치하며 생명바이오 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려던 구상이 자칫 낭패로 돌아갈 지도 모를 일이다.

군의 재정난이든, 이곳이 사유지로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어쩔 도리가 없다든지 하는 식의 논리는 지역공동체의 정치력과 행정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변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 하겠다.

1992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이 양계단지는 10개 농장에서 한 농장 당 1000평방미터짜리 시설 두 동씩 분양 받아 1995년부터 영업을 본격화했다.

언제부턴가 사양산업으로 급변하며 하나둘씩 휴업하거나 도산할 위기에 놓인 농장들이 경매로 주인이 바뀌는 일마저 생겨났다.

그 즈음 닭을 키우려면 농가에서 신고만 하면 됐으나 허가를 받도록 정책이 바뀜에 따라 현재 10개 농장 중 5개 농장만이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두세 곳쯤 경매로 주인이 바뀐 농장을 포함 5곳은 사실상 산란계 농장을 할 수 없는 무자격자라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전을 염두에 둔 투자 또는 투기의 용도로 소유하게 됐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대부분 사업을 접은 2015년 이후 5년여 동안 행정적으로 단지는 살아 있는데 실제로는 폐업 상태로서 환경저해 시설에 다름없는 폐허더미, 흉물지대가 바로 이곳이다.
1만5천여 닭들이 사육 중인 한 농장

화순읍과 동면을 오가며 양계단지를 날마다 지나다니는 이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흉물지대로 각인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른바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올 연말 중앙부처에 신청하려는 도나 군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이전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한 동을 빼면 9동의 시설은 대부분 계사동 외벽을 둘러싸는 시설이 환경위험도 높은 석면으로 이루어진 ‘슬레이트’라는 게 충격적이다.

슬레이트 철거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시 양계업을 한다한들 당장 석면을 처리하며 폐기물을 철거하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먹히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대표

계사 외벽을 슬레이트에서 철제로 교체해 농장을 운영 중인 장모(56)씨는 “약 10년 전 슬레이트 값이 쌀 때인데도 슬레이트를 처리하는 데 6천만 원이나 들었는데 지금은 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상 폐허더미로 방치된 이 곳 양계단지를 지나면, 앞쪽 산등성이에 100여두의 소를 키우는 우사 역시 냄새를 풍기기엔 마찬가지라 한다.

원래 이곳은 영농조합법인이 퇴비농장을 운영하다 경영난에 부딪쳐 부도난 이후 퇴비업자인 장모씨가 경낙을 받은 끝에 5년 이상 소를 키우고 있다.

소와 닭, 닭똥을 매개로 하는 우사와 계분농장, 양계단지 10개 농장에서 지역에 입히는 폐해가 이만저만 아닌 셈이다.

바람이 없거나 비가 오려는 아침저녁이면 심하게 냄새 나는 혐오시설, 폭격이라도 맞은 듯 폐허더미로 남아 있는 닭장시설.

더욱이 인체에 자칫 치명적 피해를 안길 석면 성분이 대부분인 슬레이트 지붕·벽체가 그 널따란 양계단지에 널브러진 잔해더미.

사정이 이럴진대 개인의 사유재산권이라는 이유로 군정이 언제까지 소극적 자세로 임해야 할까 싶다.

어떠한 환경유해요인조사나 석면현황조사나 이를 해결할 조치 없이 수수방관하고서야 정상적인 행정이라 할 수 있을까?

1997년 7억6천만원을 들여 양계업에 뛰어 들었다는 이 동네 이장 김모씨는 “석면을 치우려면 6천만원이 훨씬 넘게 들텐데 개인들로서는 언감생심 치울 엄두도 못낸다”고 귀띔을 했다.

수지가 맞지 않아 결국 이 사업을 접은 10년 전, 양계장이 한참 가동 중일 때엔 원인모를 닭병으로 폐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그런 까닭에 산란계를 입출하는 일이 잦았는데 혹시라도 조류독감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점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군수 때는 비록 무산됐으나 이전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는데 현 군수 때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매우 아쉬워 했다.

아울러 “화순전남대병원, 전남대의대 캠퍼스 이전, 국가면역치료센터 플랫폼 시설을 생각하면 보다 적극적 행정으로 석면 방치, 폐사로 흉물이 된 양계단지를 하루속히 정리했으면 싶다”고 주문했다.
양계단지 안 오성동 마을 이장

이에 대해 화순군 관계자는 “10여 년 전 모 군수 시절, 양계단지 폐업을 전제로 이주를 검토하다 7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 들 것으로 보여 포기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 때 해결했으면 좋았을 텐데 현 시점에선 비용이 2~3배 더 들 상황이어서 고위층의 정책적 결단없이 추진할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민간연구기관에서 화순군에 용역결과를 납품한 ‘화순읍권역 단계별 발전계획’에는 전남대 의대 캠퍼스타운 조성이라는 항목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긴 하다.

화순전남대병원 근처 전방·배후부지 활용을 위한 사업으로 동면 서성리 일원(양계장 부지)에 산책로 연결, 중소병원 치료 및 연구시설 부지개발, 전원주택부지개발 등이 언급돼 있다.

이런저런 핑계, 예산을 이유로 검토만 하다 책상 서랍에 내팽기지 말고 행동에 옮겨, 언제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낱 구호가 아니라 명품 행정을 내세우는 화순군이 전남도, 중앙부처와 더불어 어떤 정치력과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민선7기 후반기로 향하는 시점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배병화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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