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악취·석면·흉물로 방치된 화순양계단지[상]

르뽀&탐사
[르뽀] 악취·석면·흉물로 방치된 화순양계단지[상]
골칫거리 계분처리농장의 악취
  • 입력 : 2020. 06.09(화) 16:54
  • 배병화 기자
가축분뇨를 발효시켜 퇴비를 제조하는 과정
[ 프레스존] 지난 5일 오전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서성리 오성산 자락에 자리한 화순양계시범단지.

30도를 오르내리며 바람까지 잔잔해 후텁지근한 날씨, 이 일대를 들어서고 보니 소똥, 닭똥, 돼지똥이 톱밥과 섞여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화순전남대병원 기숙사를 왼편에, 수자원공사 전남중부권지사를 오른쪽에 두고 고갯길을 차로 달리다 보면 2분이면 다다르는 지점.

해발 300m쯤 오성산 오르막길에 다다를 즈음, 더위를 좀 식히려 열어 제친 차창을 얼른 닫아야 할 판이다.
악취 대책을 호소하는 화순읍민

양계시범단지 안의 한 비료생산 공장(2,600여 평방미터)에서 퇴비를 만드느라 수집한 계분을 발효시키는 까닭에 오고가는 이들의 인상을 잔뜩 찌푸리게 한다.

때마침 오성산에 오르는 초입에서 아내랑 화분용 마사토를 수집하던 임모씨(56. 화순읍 광덕리 거주)는 “화순군에서 마냥 이렇게 방치해서야 되겠느냐”며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더 많은 국가 투자를 희망하는 전대의대생

그는 “이런 날일수록 냄새가 더 지독하며, 오성산 너머 채 1km도 안 되는 화순전남대병원은 물론 저 멀리 화순읍까지 악취가 스멀스멀 스며든다”고 내질렀다.

물론 이 곳 양계단지에서 2만여 평방미터 규모의 10개 농장이 활발하게 산란계를 사육 중이던 수년 전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사람이 있긴 하다.

숫제 지나치기조차 싫을 만큼 악취가 났던 그 당시와 딴판이라 하지만 그래도 닭똥 냄새와 인근 우사에서 풍기는 냄새는 여전히 고질이다.

예로부터 경치가 좋은데 물이 맑고 공기가 깨끗해서 살고 싶은 청정지대라는 화순의 친환경 이미지와는 역행하는 한 단면이 아닌가 싶다.
전대의대와 주변 관련시설 배치도

화순전남대 병원 주차장에서 만난, 전남대 의대 본과 2학년이라는 김모군(20)은 거침없이 불만을 터뜨린다.

“낙후한 지역에 학교가 위치해 음식을 시켜도 배달이 안 되고 불편한 게 한둘 아닌데 냄새마저 나니 썩 유쾌하지 않다”

“국가에서든 어디서든 투자를 많이 해서 냄새도 나지 않게 하고, 공부하기도 좋게 환경을 이 보다 훨씬 나아지게 개선했으면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16년 전 화순전남대병원 유치, 전남대 의대 화순캠퍼스마저 들어선 마당에 화순군에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진즉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할 판이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 화순군 행정은 애써 손을 놓고 있는 듯, 정작 이 문제로부터 비켜나려 들거나 적당히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 같다.

관점에 따라서는 ‘소신없는 행정’, ‘책임 떠넘기는 군정’으로 바라보는 화순전남대병원, 특히 악취의 현장에 인접한 의대로서는 도리 없이 끙끙 앓고 있는 격이다.

암 환자와 환자 가족을 위해 치유의 숲을 제공하려는 병원, 병원 옆에 옮겨온 의과대학 측으로서는 여전히 골치를 썩이는 요인이다.

이런 까닭에 병원 측에서 환경 관련 민원을 제기한 데 머물지 않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가축분퇴비공장을 검찰에 고발해 형사문제로까지 비화한 적이 있다.
가축분뇨로 퇴비 생산하는 업체 대표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폐기물 관리법이나 대기환경보전법상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염화수소 등 오염물질이 배출허용기준을 벗어나지 않아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화순군 행정적으로도 부숙유기질비료, 가축분퇴비생산 장치의 가림막 시설만 보완하라는 식으로 별로 효과가 없어 보이는 너무 헐렁한 조치만 취해졌다.

담당 공무원의 시각은 참으로 놀랄 만하다. 이 시설은 환경유해업체가 아니라 생산을 장려해야 하는 축산업체라며 편을 들기까지 하는 모습이 가상할 정도다.

물론 농정을 꾸려야 하고, 관련 산업을 챙겨야 하는 실무차원에서 전혀 이해하지 못할 대목은 아닐 터다.

양계단지, 양돈장, 우사가 있으면 반드시 따라오게 되는 가축분뇨, 또한 이 분뇨들을 수거해서 발효과정을 거쳐 퇴비로 만들어야 하는 비료생산업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이 오기 전부터 이 양계단지에서 20년 이상 퇴비를 생산해온 업체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다.

최근 십 수 년이나 동네북처럼 얻어맞고 숱한 욕을 먹고, 심지어 고발당하기까지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막상 옮겨가려 해도 마땅한 장소를 찾기조차 힘들뿐더러 그 비용 마련 역시 버거워서 도저히 현 상태로는 해답을 찾을 길이 막막하다는 게 이 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더욱이 다른 지역에서는 가축분뇨 처리와 퇴비 생산하는 업체들에게 행정기관의 지원까지 해 주기까지 하는 모양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정작 이렇게 도움을 받지는 못할망정 비난만 받으니 서러운 마음마저 든다고 한다.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기자의 취재에 순순히 응한 황모 대표의 말과 표정에서 애환이 짙게 드리워져 있음이 묻어났다.

한 편으로는 이 업에 대한 후회스러움, 다른 한편으로는 가축분뇨발효와 퇴비생산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 원망스러운 듯 보였다.

지역공동체에서나, 행정적으로나 공론과정 없이 내연만 하는 현실 앞에 지치며 실망하는 ‘젊은 노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이내 돌아서는 기자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배병화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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