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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제품 위주, 스페셜티 화학제품으로 전환
포트폴리오 고부가가치화, 탈탄소·친환경 부응
NCC 설비 3분의 1 통폐합, 수소·청정에너지 도입
[프레스존=배진희 기자] 국내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국내 화학산업 기업들이 중단기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다. 현재와 미래의 글로벌 에틸렌 수급 전망을 살피며 주도면밀하게 대응하라는 취지라고 읽힌다.
한발 앞서 이러한 국면을 타개한 일본의 사례를 연구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국내의 현 위기 국면과 흡사한 일본의 대응까지 분석해 구조조정 등 산업재편에 나서야 실효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관측한다.
한국보다 20년 정도 석유화학산업이 태동한 일본은 한때 한국 대만 등 글로벌 생산량이 증가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은 지역 해안가마다 소규모 설비들이 생산단지를 공동 구성하며 난립해 위협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 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선 NCC 가동률이 70%를 밑돌아 지금의 한국 위기에 비슷한 양상이었다.
당시 위기를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2000년 무렵부터 중동의 대규모 증설과 한국·대만 등의 NCC 증설이 진행되고, 2020년 이후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진행되며 일본에 또다시 위협요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런 위협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1990년대 범용부분 설비·업체 간 통폐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데 치중했다. 2010년 이후엔 NCC 설비 폐쇄와 용도 전환을 서두르며 기업구조 조정과 함께 스페셜티 화학 부문 확대에 나섰다. 이른바 ‘포트폴리오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정밀화학, 바이오 분야 전문화로 기술경쟁력 확보를 추진한 것이다.
결국 일본의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주로 스페셜티 화학 집중, 설비 통합 및 구조조정, R&D/M&A 강화로 위기를 넘기며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가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갖추었다.
구체적으로 신에츠 화학은 첨단소재인 실리코 웨이퍼에 집중하고, 스미모토 화학은 스페셜티 폴리머와 광학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삼았다. 미씨비시 화학은 에틸렌 생산 설비를 통합하고 스페셜티 제품에 투자하는 등 설비 통합 및 구조조정에 치중했다. 일본 화학사들은 2021년 매출액 대비 약 3.5%를 연구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인수합병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구사했다.
일본은 2000년 초반부터 에너지 절감과 환경규제 강화라는 글로벌 친환경 정책이 위협요인으로 작용하자 낡은 NCC 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전환을 본격화했다. 또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의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3년 대비 46% 감소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활용한 나프타 크래킹 방안을 연구하거나 청정연료와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자국의 생산량 대비 수요가 부족한 일본은 해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수요 맞춤형으로 대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세안 지역은 2030년까지 세계 4위 경제권으로 성장하리라는 예상 아래, 이들 국가의 수요에 대응하는 수출품목으로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합성고무, 에틸렌 및 프로필렌, 아크릴산 및 아크릴 레이트, 고급 화학제품으로 맞추었다.
국내 석유화학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처럼 최대의 위기를 맞은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이러한 대외적인 리스크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라는 주문들을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글로벌 에틸렌 시설투자는 올해부터 수요 증가 폭을 하회하며 스팀 크래커(기초 화학물질 생산에서 핵심) 가동률이 상승해 오는 2028년 이후 석유화학산업 경영이 정상화하리라는 해외전문 기관의 예측에 주목한다.
중국은 화학산업 탄소중립정책으로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내 원유 1차 가공능력을 10억 톤 이내로 관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중국의 에틸렌 시설투자는 2029년 이후 대폭 감소하며 스팀 크래커 가동률이 상승하리라는 전망을 고려하자는 주문이다.
다음으로, 수출다변화로 중국, 중동보다는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한다. 중국 수출 비중은 2009년 51.5%까지 올랐으나 그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23년 37.3%를 기록하는 반면, 미국과 인도, 베트남, 튀르키예 수출은 수출 비중이 상승세라는 점을 주목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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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하 한국화학산업협회 연구조사부장은 현재 14억 인구의 인도가 유망시장이라며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대응하라고 권장한다.
지금은 인도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2019년 기준 22kg으로 미국 255kg, OECD 156kg, 중국 67kg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이 적은 양이다. 하지만 2060년에 이르러선 이보다 5배 증가할 전망이니 수출 대상국으로 삼을 만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인도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중국 수준으로만 늘어나더라도 전체 소비량은 무려 6천만 톤에 달하고 보면 그 가치는 엄청나다고 풀이된다.
세 번째, 고부가가치 제품화 전략으로 무장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범용재 위주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석유화학사는 경기 변동에 취약한 만큼 글로벌 석유화학사처럼 스페셜티 위주의 고부가제품으로 다각화하라는 의미다.
글로벌 메이저기업 제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글로벌 랭킹 1위 바스프(BASF)는 석유화학 38%, 촉매/코팅 24%, 놈 화학/헬스 케어 21%, 첨가제 등 기능성 소재 11%, 기타 석유가스·임대수익 등 5%로 이루어졌다.
반면, 랭킹 28위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89%, 기능성 소재 11%로 지나치게 범용재에 치우쳐 가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방증해 준다는 점에서 바스프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재활용 폴리머 등 친환경제품군의 비중을 강화하는 전략도 제시한다. 올 4월 바스프사는 세계 최초로 대규모 스팀 크래커 전기가열로 시범 공장을 가동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스팀 크래커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이상 감축하게끔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국내 화학사들로서도 이를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이른바 화학산업계에서 탄소중립 대응은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한 마디로 어떤 기업이라도 이를 거스를 수 없는 대명제이자 시대적 패러다임인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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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강 사단법인 넥스트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의 탈탄소 전환 전략으로 구조개편, 부생메탄 기반 수소생산이나 메탄 열분해 수소 생산 및 전기화를 통한 연료 대체, 바이오납사와 바이오메탄올 같은 청정원료 개발과 재활용 확대를 위한 원료 대체를 주문한다.
중국발 범용제품 공급과잉이 업스트림(up stream)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업체들에 실적 부진을 초래하는 요인이므로 고부가, 친환경 제품 등 스페셜티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고 탄소배출량 감축을 이뤄야 한다는 관점이다.
김수강 연구원은 석유화학업종 탈탄소 전환을 위한 우선 과제로 NCC 설비 3분의 1 구조조정과 석유화학단지의 지역 전환을 준비하라고 주문한다. NCC설비의 효율화와 통합을 가속화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1970~1980년 일본이 ‘1지역 1사’ 원칙에 따라 범용제품 설비를 통합한 사례를 반드시 참조하기를 권고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국내 석유화학단지는 메탄 열분해 수소생산, 전기가열로, 히트 펌프를 통한 연료대체를 빠르게 추진하기를 제안한다. 많은 비용이 들어 도입이 지연되는 탈탄소기술에 대해선 정부에서 도입 비용을 지원하기를 바란다.
미국의 IRA, 유럽의 이노베이션 펀트의 경우 프로젝트에 소요된 비용 50% 이상을 지원한다는 점을 적시한다. 독일의 연방경제 및 기후행동부는 자국의 BASF사가 파일럿 전기가열로에 투자금의 20%를, 메탄 열분해를 지원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10.14 (수) 1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