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해상범죄 왜 지속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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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선 칼럼] 해상범죄 왜 지속 되는가
유일선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입력 : 2023. 12.27(수) 17:25
  • 배진희 기자
유일선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해상범죄는 국제법에서 해적행위와 해상강도행위로 구분
재판관할권 문제해결 안 되면 해상범죄 퇴치 실효성 의문



해양수산부는 2023년 상반기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해상범죄사건은 67건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7건(12%)이 증가하고 인명피해는 55명으로 약 2배가 늘었고, 특히 지난해 없었던 선원납치 피해자가 14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해상범죄 피해는 대부분 아시아 지역(39건으로 20% 증가), 그 중 싱가포르 해협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의 해상범죄 특징은 현금이나 물품 등을 탈취하는 해상강도 사건이 대부분이다.
반면 서아프리카 해역은 인질 보상금을 목적으로 납치 및 억류하기 때문에 인명피해(45명으로 82%)가 크고 선원납치(14명)도 재개되고 있다.

2010년 전후 활발했던 소말리아·아덴만 지역의 해적활동은 청해 부대와 다국적 연합해군의 해상안보 활동으로 지난해에 이어 해적피해는 없었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연안국의 정세불안으로 해적활동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상범죄는 국제법에서 해적행위와 해상강도행위로 구분된다. 유엔해양법(제101조)은 해적행위를 “공해상 민간선박의 승무원, 승객과 재산을 억류·약탈하고 항해자유를 저해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반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실무지침에서 해상강도행위를 “영해와 연안국 관할권이 적용되는 해상에서 민간선박과 선박내 재산을 강취하는 불법행위”로 규정한다. 연안국이 관할권 집행차원에서 자국의 해양경찰이 단속하고 있는 점에서 해적행위와 구별된다.
현재 대부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국내형법을, 국제사회는 국제법을 바탕으로 해상범죄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상범죄는 끊이질 않고 국제간 협력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해상범죄자와 단속기관 모두 합리적으로 행동(최소비용으로 이득 최대화) 한다는 전제하에 설명한다. 즉 해상범죄자들도 주요동기가 화물강탈이든 인질 몸값 요구이든 자기 이득을 최대화한다.

단속기관도 범법자를 체포나 기소하여 형을 집행할 때 드는 비용을 최소화한다. 해상범죄 단속이득은 해상범죄자들에게 빼앗긴 해상무역이익을 회복하고 각국이 자체 무장경호와 우회운송 등 운송과정에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상범죄 단속행위는 민간재의 특성을 갖지만 한 국가의 단속행위는 모든 국가에게 이득을 주기 때문에 공공재의 특성도 갖는다.

따라서 타국의 단속행위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인센티브를 갖는다. 이것 때문에 단속행위를 하도록 강제하는 통일된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각국의 자발적인 기여나 참여는 항상 공공재의 과소공급으로 귀결되었다.
또한 각국이 해적단속에 과소 투자하는 것은 기소·수감비용과 관련이 있다. 이런 비용을 체포국이 전적으로 부담한다면 그것을 회피하려는 인센티브를 갖는다.

실제로 핀란드 전함과 덴마크 전함이 2011년 소말리아 해적을 체포하고도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하였지만 실제로 재판관할권 에 따른 기소·수감비용 문제와 관련성이 높다. 이 문제는 국제법 집행이 갖는 집단성 때문에 발생한다.
범죄의 관할권이 중첩되는 경우, 범죄 통제관리 능력이 있는 정부가 부재하는 경우, 협력을 유인할 수 있는 강력한 상호협약이 없는 경우 어떤 법을 집행하더라도 발생한다.

한편 집단성과 관련이 없는 기소된 해적의 처벌 선택에 관한 문제이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처벌한다면 형사소송절차와 증거표준 등 법체계의 차이로 처벌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국제협약을 통해 절차와 처벌을 단일화할 수 있지만, 각국의 문화적 차이로 쉽지 않고 기소·수감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체포국은 석방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가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엔안보리는 여러 번의 결의안을 통해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해적들을 체포하고 자국 법정에 세우도록 권고하였다.

IMO도 해적 발생 지역 국가 간 정보교환체계를 정립하고 해적 체포와 기소능력 향상과 해안경비대 능력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해상범죄관련 이해당사국들도 정보공유와 공동대응 등으로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해상범죄 단속이 갖는 공공재 특성에 따른 무임승차문제와 체포·기소·수감비용과 관련이 높은 재판관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상범죄 퇴치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