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바다와 공유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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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선 칼럼] 바다와 공유지 비극
유일선 한국해양대 교수
  • 입력 : 2023. 09.18(월) 16:57
  • 배진희 기자
바다는 인간에게 또 다른 삶의 공간을 제공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그 공간이 여러 요인들로 무너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호주의 해양연구 관련 민더루 재단(Minderoo Foundation)이 발간한 세계어류지수(Global Fishing Index 2021)에 따르면 세계어류개체수의 10%정도가 완전히 고갈되고 서식지가 파괴된 상태이며, 1400개 어종 가운데 49%정도가 남획 또는 불법어업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어업 증진 노력을 A~F로 평가한 결과 어떤 국가도 B등급 이상을 받은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한국은 D등급).

또한 해양오염 물질의 80%정도는 육지에서 흘러들어오고 이 가운데 90% 정도가 플라스틱이다. 세계자연기금(WWF)보고서(2022)에 의하면 2018년 1,900-2,300만톤이 해양에 유입되었으며 그 속도가 지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그 규모는 지구면적의 25%정도이며, 한반도의 7배 정도를 차지하는 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대륙’을 형성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은 수거가 어렵고 오래 잔류하는 특성 때문에 일단 해양에 유입되면 제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금 당장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중단해도 플라스틱 분해과정에서 해양과 해변의 미세 플라스틱 질량은 2020년에서 205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편 1970년 이후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초과 열량의 90%를 바다가 흡수함으로써 해수 온도가 상승하였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의 1/3이 바다에 흡수되는데 이것이 탄산으로 변하여 해수가 산성화가 된다. 현재 이러한 산성화 속도는 5,500만년 동안 산도 변화보다 약 100배 빠른 속도라고 해양연구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이런 해수 온도 상승은 바닷물을 팽창시켜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해수온도 상승, 해수의 산성화와 해수면 상승 등은 해양환경을 변화함으로써 기후변화와 함께 급속한 해양환경 황폐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인간행위로 인해 해양생물자원이 고갈되고, 해양오염이 심화되며, 바다 자체의 물리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함으써 지구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왜 바다는 육지보다 더 빠르게 황폐화되고 있는가? 전 세계 바다의 61%가 공해로 이루어져 있다. 공해 안에 존재하는 해양자원과 해양공간 등은 공유자산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여 이것을 획득 또는 사용할 수 있다(비배제성).

공유자산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더 많이 획득하거나 사용할수록 자신의 이득이 높아지지만 다른 사람(국가)도 동일한 유인구조를 갖는다(경합성).

따라서 한정된 공유자산을 자신들의 이득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획득 내지 사용하기 때문에, 공해에는 해양쓰레기가 가득차고, 해양오염이 가속화되며, 해양생물자원은 빠르게 고갈되어 결국에는 아무도 해양자원을 획득할 수 없고 해양공간을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비배제적이고 경합적인 특성을 갖는 자원은 결국 황폐화로 귀결되는데, 게릿 하딘(G. Hardin; 1968)은 이런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 하였다.

그러면 국제사회는 이런 공유지 비극 현상을 인지하면서도 왜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더디기만 하는가? 어떤 공유지 비극 현상이 특정 국가에서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해당정부는 중앙통제권을 가동하여 공유자산을 사용가능 적정량을 결정하고 이해 당사자에게 배분한 다음, 철저한 감시·감독을 통해 해당자원의 비극화를 막는다.

또 다른 방법은 공유자산을 사유재산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이득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감시활동과 외부침입에 방어하면서 최적자원관리를 한다. 이런 논리가 영해 및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의 뒷받침이 되었다.

그런데 공해의 경우 현재 강력한 중앙통제권을 갖는 ‘세계정부’가 부재하고 사유재산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바다를 공유자산으로 이용하는 모든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규칙을 정하고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는가?

따라서 다방면에서 국제협력을 통한 바다의 공유지비극을 극복해야할 때이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