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칼럼] 석유화학시설 저울질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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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화 칼럼] 석유화학시설 저울질하는 정부
  • 입력 : 2023. 06.26(월) 16:46
  • 배진희 기자
배병화 프레스존 발행인/법학박사
18대 국회이후 수차례 지원법 자동폐기
‘위험기피시설’ 댐·발전소와 형평성 논란
울산·여수·대산 지원 논리, 타당성 충분
국세 지역환원, 자원시설세 확대도 합당



댐이나 발전소 같은 위험시설이나 기피시설 지역을 법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국가에서 기금을 마련해 해당 지역을 위한 사업으로, 혹은 주민을 위한 지원으로 그 시설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자는 취지에서다.

댐이나 발전소나 석유화학시설은 다 같이 위험성이 상존함은 물론이다. 그런 까닭에 지역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임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국가는 그래서 위험을 어느 정도 인수하고 그 위험을 대가로 지불하는 식의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두었다.

댐이나 발전소에는 존재하는 이 시스템이 석유화학시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를 둘러싸고 댐이나 발전소는 되고 석유화학 시설은 왜 안 되느냐는 형평성 시비가 일 게 뻔하다.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들 지역에 비해 석유화학단지 주변에선 폭발, 화재발생, 석유·유해물질 누출, 토양·수질·대기 오염이 현실화하고 있다.

더욱이 전남 여수와 울산, 충남 서산에 존재하는 석유화학산단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을 놓고서도 논란이 잇따른다. 여수와 울산의 경우 국세의 97%인 12조4천여억원을 해당 지역을 위해 쓰이기를 바라는 여론이 거세다. 해마다 5조원의 국세를 창출하는 서산의 경우엔 여수 울산처럼 국가산단이 아니라 정부 지원을 몰아붙이기도 쉽지 않다.

석유화학단지 주변 지역을 위한 기금 운영, 지역자원시설세의 과세 확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지역민원이다. 위험이 엄존하는 석유화학단지 주변 주민들이 피해를 입거나 입을 개연성이 높은데도 언제까지 이렇다 할 지원책 하나 없이 지내야하는 지 의아할 따름이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석유화학단지 주변지역 지원 법안을 내면서까지 이런 논란을 해결하려 들었지만 여태껏 속수무책이다. 18대 국회에서 변웅전(충남 서산태안), 19대 국회에서 주승용(전남 여수을), 20대 국회에서 성일종(서산태안)·주승용(여수을)이 발의한 의안들이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성일종 의원이 지난 2021년 3월 또 다시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 상태다. 게다가 임기 만료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주철현 의원을 비롯 야당 의원 10명, 무소속 의원 2명이 지난 19일 비슷한 법안 및 관련 법안 3건을 냈다.

이 대목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법안이 세 번의 경험처럼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올해 안에 소관 상임위 심사 및 연계된 다른 상임위 심사를 순조롭게 통과하기에 물리적 시한에 쫒기는 데다 현 시점의 정부 입장도 썩 우호적이라 보이지 않는다.

주철현 의원이 법안 발의에 앞서 지난 13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끌어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반응 역시 그 연장선으로 이해한다. 주 의원은 울산·여수·서산 등 석유화학단지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 법률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총리 입장은 선문답 수준에 머무른 느낌이다. 한 총리는 “국내외 입법례를 살피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아주 긴밀히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피력했다. 역대 국회 입법 심의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답변이 없었다.

총리로서 석유화학단지를 지원하는 법률이 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존 입법 추진 과정에서도 정부의 시각을 드러냈듯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소지도 다분하다. 필수 에너지원인 전력 생산과 비교하면 공익성이 미흡한 석유화학산업을 발전소와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실제론 이러한 추론이 다르길 바라마지 않는다. 총리의 표현이 그저 검토하겠다는 립 서비스수준을 넘어서길 원한다. 울산·여수·서산 석유화학산업단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전되기를 학수고대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입법례가 있느냐 없느냐, 다른 산업과 형평이 맞다 안 맞다, 이런 협량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마땅하다. 해마다 대기환경이 악화하며, 폭발 사고로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가 되풀이하는 위험상존 시설지역이라는 사실을 직시해 하루라도 빨리 국가지원책을 제시하길 촉구한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