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칼럼]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선정 놓고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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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화 칼럼]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선정 놓고 불협화음
배병화 프레스존 발행인 / 법학박사
  • 입력 : 2023. 04.19(수) 10:20
  • 배진희 기자
배병화 프레스존 발행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놓고 3파전을 벌인 레이스 결과는 순천의 승리로 끝났다. 승자는 패자에 아쉬움을 달래려 격려성 발언을 냈지만, 패자 중 한쪽에선 승복, 다른 한쪽에선 불복으로 갈렸다. 특히 이 사업 주체의 본사가 자리한 창원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유치 과정에서 순천과 경쟁이 가열하는 인상을 던졌던 고흥은 승복하기보다 반발 여론이 거세다. 지역 국회의원이 한화 측의 결정이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아예 순천 선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나로우주센터 이전 및 폐쇄까지 검토하겠다는 으름장을 던졌다. 고흥의 정치권 및 일부 주민들은 1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후보지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까지 벌이며 들불처럼 번지는 지역의 반발 기류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순천 율촌 낙점에 고흥 반발 격화

순천과 고흥, 즉 전남을 우주발사체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적 접근에도 불구, 찬사를 얻지 못한 국면이다. 되레 후폭풍이 이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과연 그 배경이 무엇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한화에어로페이스는 다음 달 누리호 3차 발사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4일, 전남 순천 율촌1산단에 5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설립한다는 우주사업투자 계획을 밝혔다. 단조립장은 발사체의 각 단을 제작하고 기능을 점검하는 시설로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종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화는 앞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해야하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올해 추진하는 발사체 개발 사업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정부로부터 지난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는 오는 5월 24일 세 번째 발사하는 누리호부터 민간기 제작 총괄 관리와 발사 공동 운용 등에 참여한다.

한화 측 우주 정책과 스탠스 달라

그 동안 정부가 우주사업을 주도하는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기업 중심으로 정책이 바뀜에 따라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뉴 스페이스’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고흥의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구축, 우주발사체 신규 국가산업단지 지정에 편승해, 이번 단조립장 후보지 선정에서도 고흥이 유리하리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후보지 선정은 이런 일반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도출이 되자, 고흥은 상실감을 넘어 반발감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 관측하는 데 무리가 없다. 앞서 지난해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라남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까지 “고흥군을 국가우주발사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고흥으로선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을 터다. 이에 고무된 고흥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조성에 필요한 대규모 부지, 직원들 정주여건을 개선할 기숙사와 아파트는 물론 설비보조금, 상하수도 시설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현 정부에서 고흥에 우주발사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3월 고흥군을 우주발사체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했으니, 그 기대감은 컸으리라 짐작이 간다.

우주산업 정쟁화·총선 도구화 금물

하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 꼴이다. 단조립장을 순천에 건립하겠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어깃장은 어쩌면 “충남 대전을 연구개발 중심으로, 경남 사천을 인공위성과 항공우주부품사업 중심으로, 전남 고흥은 우주발사체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결정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 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살펴보면, 향후 사업일정, 운영효율성 및 경제성 등을 고려하고, 우주 및 국토개발 분야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다는 건데, 숫제 이 점만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일반인들로서는 전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고흥에도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부지가 조성되는 즉시 우주발사체 핵심 부품 제조시설을 건립하고, 우주발사체 클러스터에 구축되는 발사체 기술사업화 센터와 연결해 발사체 핵심 구성품을 제조부터 시험검증까지 고흥군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덧붙였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고흥의 처지는 확실하다.

추후 고흥 투자 일정 구체화 필요

순천으로 후보지를 결정한 그 배경이 어떻든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일상에서든 스포츠에서든 행정에서든 기업에서든 특정 레이스에서 진 쪽은 승복하고, 이긴 쪽은 진 쪽을 어루만지는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점에 이의를 달지 말아야 한다. 고흥군이 단조립장 후보지 선정 발표 이틀 후인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유치 불발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 우주산업클러스터 구축을 차질없이 성공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한 대목에서 울림을 감지하게 된다. 혹시라도 어느 쪽이든, 단조립장 후보지 선정 결과를 둘러싸고 이는 갈등을 더욱 부채질해 순천-고흥 두 지역에 생채기를 내려하는가?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의 도구로 삼으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길 바란다. 정부 정책과 다른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로선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진 고흥 민심을 고려한다면, 고흥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일정을 하루속히 제시하기를 권고한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