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 칼럼] 부채 수렁이냐 연결성 강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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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덕 칼럼] 부채 수렁이냐 연결성 강화냐
그 갈림길에 선 라오스의 운명
  • 입력 : 2023. 01.16(월) 10:57
  • 배진희 기자
김현덕 순천대 교수
산과 물(메콩강)이 풍부한 라오족의 나라 라오스. 라오스는 14세기 '루앙프라방'의 란쌍 왕국에서 출발했다. '란쌍'은 백만 마리의 코끼리를 의미한다. 강한 코끼리 부대는 ‘란쌍’ 군사력의 핵심이었다. 란쌍은 15, 16세기경 짧은 전성기를 구가하다, 18세기에 주변 강국들의 속국으로 전락한다. 이후 라오스는 1949년 프랑스에 의해 자치 허용, 1953년 캄보디아와 함께 독립, 1975년 공산국가로 전환되면서 라오인민민주 공화국이 출범한다. 그리고 1980년대 말 개혁 개방을 통해 시장경제를 도입하나,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내륙국가라는 한계로 성장이 더디다.

언급했다시피 라오스는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한 내륙국이다. 국토의 80%가 산악 지대인 인구 700여만 명으로의 작은 국가로 2021년 기준 1인당 소득수준이 2,500여 달러에 불과하다. 그런 라오스가 내륙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21년 12월 라오스-중국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이제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무려 1035㎞ 떨어진 거리를 이제 단 10시간에 갈 수 있다. 이전까지 비엔티안에서 국경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는데 최대 15시간이 걸렸던 것과 달리 단 몇 시간 만에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편, 중국과 라오스 고속철 개통은 중국이 구상한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의 핵심사업 중의 하나이다. 고속철도 공사는 2016년에 시작되어 중국과 라오스가 수교한 지 60주년이 되는 2021년에 개통되었다. 투입 금액은 라오스 연간 국민총생산의 1/3에 해당하는 총 59억 달러이며 지분은 중국과 라오스가 각각 7대 3이다. 라오스는 그간 열악한 도로 인프라로 인해 북쪽 통로를 통한 물류 운송에 어려움이 많았다. 철도 개통을 통해 중국에서 라오스로 들어오는 소비재 완제품과 부분품에 대한 물동량 증가와 기존 도로 운송 대비 30~40%의 물류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라오스 고속철은 중국의 범아시아(Pan-Asian) 고속철도 연결 구상과 라오스 정부의 물류 중심국 전환정책과 맞물려 추진되었다. 중국의 범아시아 고속철도는 세 구간이다. 우선, 윈난성 쿤밍에서 미얀마 양곤, 태국 방콕을 지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구간이 있다. 쿤밍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구간, 쿤밍에서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을 거쳐 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구간이 있다. 이 가운데 베트남 고속철도 건설 구간(일본 신칸센이 계약)만 빼고, 나머지 구간은 중국이 관련 국가와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라오스는 물리적 연결성 강화를 통해 내륙국가의 한계를 벗어나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물류 허브 국가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희생도 뒤따른다. 부채의 덫이다. 라오스는 고속철도 건설에 막대한 중국 자본을 끌어왔다. 그러나 이용률이 예상했던 만큼 높지 않아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라오스의 총 대외부채 중 중국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불어났다. 막대한 차관을 도입해 대형 인프라를 건설하였지만 어마어마한 운영비용과 낮은 이용률로 깊은 부채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인구 700여만 명의 내륙국가 라오스가 부채의 수렁에 빠지느냐 이를 잘 극복하여 연결성 강화를 통해 도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서쪽으로는 태국 그리고 북쪽으로는 중국과의 연결성이 강화되고 물류여건이 개선되어 교역량 증가는 확실해 보인다. 라오스를 비롯한 미얀마,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중국과 연결되는 경우 약 17억 명에 이르는 큰 시장이 형성된다. 이는 인구 14억 명을 보유한 중국에도, 그리고 경제적 활로가 필요한 라오스는 물론 동남아 국가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라오스 경제를 잠식하게 되면서 라오스의 중국 경제 식민지화가 가속화하리란 우려도 크다.

김현덕 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