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칼럼] 나비효과 꿈꾸는 ‘고향사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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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화 칼럼] 나비효과 꿈꾸는 ‘고향사랑기부’
프레스존 발행인/법학박사
  • 입력 : 2022. 10.18(화) 14:00
  • 배진희 기자
배병화 프레스존 발행인/법학박사
내년 1월 시행, 지자체들 잰걸음
일본 고향납세, 지방세입의 0.7%
기부금만으론 시·군 활력에 한계
정부도 지방재정 지원 확대 필수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고향사랑 기부제’를 놓고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저마다 이를 적극 알리는 홍보 방안 짜기부터 출향인 조사, 관련 조례 만들기, 답례품 선정하기, 기부금 활용 방안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풀가동하는 모습들이다.

1990년대 후반, 민선 자치시대가 뿌리를 내리며 간간이 거론돼 온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난한 입법과정 끝에 이제 빛을 보게 됐다. 2007년 한 후보의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2017년엔 100대 국정과제로까지 오르기도 한 이 제도는 21대 국회에 들어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2021년 10월 19일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공포에 이어 올 9월 13일 시행령이 공포됨에 따라 2023년 1월 1일 본격 시행되기에 이르렀으니 15년 걸린 셈이다.

지방자치가 앞서는 일본에선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니, 2023년 시행하는 우리로선 15년 늦은 셈이다. 일본은 ‘고향납세’, 우리나라는 ‘고향사랑기부제’로 명칭만 다를 뿐 지방재정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취지는 다를 바 없다.

법인은 고향이 없으니 기부할 수 없지만 자연인인 주민들은 아니다.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지역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는다. 개인은 연간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10만원 초과 기부금엔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자로선 고향사랑기부의 즐거움이 또 있다. 자치단체로부터 기부금액의 30% 범위에서, 최대 150만원까지 답례품을 받는 까닭에서다.

하여튼 재정이 열악한데 인구마저 가파르게 줄어듦에 따라 소멸위기에 처한 자치단체들로선 솔깃한 유인책이 될 터다. 지방재정의 불균형 해소에 숨통이 트이고, 지역특산품으로 답례까지 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리라는 희망이다. 이른바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먼저 실시한 일본의 고향 납세 금액은 우리 돈으로 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도입 첫 해에는 81억 엔에 불과했으나 2015년 1,653억 엔(20배)으로, 2020년 6,725억 엔(83배)으로 뛰더니, 2021년 7천억 엔(90배)에 이른다니 지자체마다 한껏 의욕이 생길 판국이다.

비록 3년 전 자료이긴 하지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출향인들이 고향에 기부하겠다는 희망지역으로는 전남 13%, 강원 10.4%, 경북 9.6%, 충남 9.1%, 경남 8.6%, 부산 6.3%, 서울 5.1%, 대구 4.0%, 광주 3.3%, 인천·대전 각 2.3% 순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에 속한 지역일수록 출향인들 기부의사가 높게 나온 만큼 희망적인 지표다. 당장 광주, 인천, 대전처럼 낮은 지역으로선 다소 난감한 대목이지만 향후 지자체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경우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리라 본다. 혹여 미지근한 출향인의 애향심을 일깨울 자치단체의 이미지 개선, 공공성·신뢰성이 확보된 사업과 도심관광 상품 개발 등이 제시된다면 머지않아 기부금 활성화를 꾀할 수도 있으리라.

고향사랑기부가 마이더스 손이 아닐진대, 결코 잊어선 안 될 메시지가 있다. 자칫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으로선 고향사랑 기부금만으로는 회생조치로썬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애향심으로 유발하는 기부금이 일정 부분 지방재정 확충에 ‘마중물’은 될 수 있으나 일본의 고향납세처럼 지방세입의 비중을 크게 높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결국, 자치단체들은 출향인들이 기부를 통해 보람을 느끼도록 독창적이거나 미래 지향적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국비 사업이나 단순한 이벤트 같은 소모성 사업에 허투루 사용해선 곤란하다. 또한 기부금의 30% 정도를 할애해 청년들이 미래를 향해 준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의 획기적 정책을 창출할 필요도 있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비수도권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언제까지 지방자립의 숙제를 자치단체에만 맡겨 둬선 안 된다. 일본의 어떤 교수는 “2016년 기준 일본의 고향납세액은 전체 지방세입(39조엔)의 0.7%(2천844억엔)에 불과, 고향납세가 지방재정에 큰 도움을 주리라 기대하는 건 착각”이라 지적했다. 이런 지적이 아니라도, 여전히 ‘2할 자치’에 머문다는 우리 자치단체들의 재정력 지수를 한껏 끌어올려 3할~4할 수준으로까지 이끄는 게 급선무라 판단한다.

이와 더불어,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자치단체들로서도 역할이 있다. ‘비수도권의 소멸이 자신의 불행이며 망국의 길’이라는 점을 인식해 소멸위기의 농어촌 자치단체들과 서로 협력해야 한다. 서울시, 경기도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채 20%도 안 되는 시·군에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지방재정조정’ 같은 정책을 도입해 추진해 볼 만하다. 앞으로 80일 앞으로 다가온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바로 지방활력의 길을 여는 시발점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