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칼럼] 여수산단 환경오염조사 이번엔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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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화 칼럼] 여수산단 환경오염조사 이번엔 제대로
프레스존 대표/발행인/법학박사
  • 입력 : 2024. 01.25(목) 17:24
  • 배진희 기자
배병화 칼럼니스트
50년 만의 첫 광범위 조사 ... 대기, 토양, 해양 등 대상
기업측 자발적 참여, 정확성, 신빙성, 진실성 담보 돼야



국내 최대 석유화학 기업들이 밀집한 여수 국가산단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오염 실태 조사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2025년 12월 13일까지 2년 동안 실시되는 데다, 산단이 지정된 지 50년 만의 조사라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다. 대기, 토양, 해양 부문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대대적으로 전개되는 이 조사는 2019년 4월 여수산단 오염물질 배출값 조작 사건 이후 전라남도 민관협력 거버넌스 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후속 조치라 더욱 기대가 크다.

조사 용역에 드는 비용이 26억 원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데, 이 돈은 산단 주변 기업들이 배출량, 매출액 등을 고려해 균등 부담한다. 환경오염실태조사 수행기관은 사단법인 한국대기환경학회에서 맡고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는 행정지원에 나선다. 용역 내용으로는 산단 주변 지역에 대한 기초현황 분석, 환경관리 사례 분석, 대기오염 및 물·해양·토양의 환경실태 조사에 주안점이 두어진다.

문제는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속이려 하거나 축소하려 했던 기업들로부터 비용을 부담케 한 사실에 비춰 향후 실태 조사에서도 정확성, 신빙성, 진실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는 점이다. 여수산단에 속한 사업장 90곳,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공장협의회가 직간접적으로 실태 조사에 연계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엔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2019년 대기오염물질 수치 조작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 측정 대행업체 측 5명이 구속되고 82명이 불구속 수사를 받았음에도, 그 직후 연루기업이 취해야 할 후속 조치에 비협조적이었던 장면을 떠올리면 과연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리라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7월 장마 때 산단 주변을 강타한 폭우로 6대 대기업이 주삼동 일원에 조성한 대체녹지 토양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된 대목도 마뜩잖다. 신빙성 높은 조사 결과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업체들의 태도나, 여수시에서 몇 달 동안 검토 끝에 지난해 12월 11일 내린 토양조사 행정명령에 대해 이의를 달아 조만간 전남도에 행정심판을 내겠다는 업체 측 움직임은 어떤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후 사정이 이렇다고 보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기업들이 스스로 환경오염원에 대해 관리하기를 바라는 한가닥 기대는 요원한 일이 될 게 분명하다. 화학물질이 주로 사용되거나 가공되는 여수 국가산단 업체들은 물론, 이 과정에 대해 감시와 단속에 나서야 하는 행정기관이나 민간 부문의 환경 관련 단체는 바로 이 점을 새겨야 한다.

기업들은 과거 오염물질 유발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버리고, 투명하고 정확한 환경오염 조사로써 지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계기로 삼기를 권고해 마지않는다. 다만, 이번 조사는 민관협력 거버넌스 위원회에서 제시한 권고안 중 핵심 사항으로 전남도가 여수산단 관계자를 직접 찾아 나서 조정안과 대안을 제시한 결과, 오염실태 조사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