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寄姜景愚
기강경우

강경우(강희안)께 드리는 시

-성간(成侃)


詩爲有聲畫
시위유성화

시는
소리 있는 그림

畫乃無聲詩
화내무성시

그림은
소리 없는 시

古來詩畫爲一致
고래시화위일치

예로부터 시와 그림
하나이거늘

輕重未可分毫釐
경중미가분호리

경중을 저울로
나누지 못하리

先生胸中藏百怪
선생흉중장백괴

선생 가슴속
간직한 온갖 기괴

詩歟畫歟不可知
시여화여불가지

시인가 그림인가
알 수가 없네

時時遇興拈禿筆
시시우흥념독필

이따금 흥이 나면
몽당 붓을 들어

拂拭縞素開端倪
불식호소개단예

흰 비단 펼쳐
즉시 시작하네

須臾一水復一石
수유일수부일석

잠깐 사이 물 한 줄기
다시 돌 하나

蒼崖老木臨清漪
창애로목림청의

맑은 시내 벼랑엔
늙은 나무 한그루

乃知鄭老是前身
내지정로시전신

알겠구나
정로가 당신의 전신임을

摩挲竟日神爲怡
마사경일신위이

종일토록 어루만져
기쁨을 삼네

雖然粉墨豈傳久
수연분묵기전구

어찌 필묵이
오래 갈 것인가

一朝散落隨煙霏
일조산락수연비

일조에 흩어지면
연기처럼 될 것인데

不如移就有聲畫
불여이취유성화

차라리 소리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서

入人之耳解人頤
입인지이해인이

귀에 곧 들어가면
소리 절로 나

千古萬古留神奇
천고만고류신기

신기를 천고 만고에
머무르게 함 어떠하리



* 毫釐(호리) : 저울 눈금의 호와 리.
* 禿筆(독필) : 끝이 닳은 붓. 몽당붓.
* 拂拭(불식) : 먼지를 떨고 훔치다.
* 縞素(호소) : 흰 비단.
* 開端(개단) : 시작하다.
倪 : 어린이 예.
漪 : 물놀이 의, 잔물결, 물가, 언덕
* 鄭老(정로)당대(唐代)의 산수(山水) 명화가 정건(鄭虔).
* 摩挲(마사) : 매만지다. 손으로 만져 구김을 펴다.
* 竟日(경일) : 온 종일
怡 : 기쁠 이
* 雖然(수연) : 비록, 그래도
* 粉墨(분묵) : 먹
豈 : 어찌 기


성간(成侃, 1427 ~ 1456))

조선 초기의 문신.
본관은 창녕. 자는 화중, 호는 진일재.
유방선의 문인으로 1453년(단종 1) 증광문과에 급제한 뒤
집현전에 들어가 문명을 떨쳤으나 30세에 병으로 죽었다.
용모가 추하고 성격이 괴팍해서 웃음거리였다고 한다.
훈구파의 폐쇄적인 의식에 불만을 품은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경사는 물론 제자백가서를 두루 섭렵하여 문장·기예·음률·복서(점치는 일) 등에 밝았다.
강희안에게 준 시 〈기강경우 寄姜景愚〉에서는
천고에 신기함을 남길 예술은 어떤 것인가 묻고,
개성 있는 표현을 모색하면서 문학과 미술이 조화되는 경지를 추구했다.
〈신설부 新雪賦〉에서도 문학하는 자세에 관심을 보였다.
패관문학인〈용부전 庸夫傳〉에서는 "세상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맞설 자신이 없으므로
게으름에 빠져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고 했다.
저서로는 〈진일재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