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寓居天龍寺
우거천룡사

천룡사에 더불어 살며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


全家來寄碧山傍
전가래기벽산방

온 식구 데려와
푸른 산 곁 살림을 붙여

矮帽輕衫臥一床
왜모경삼와일상

얇은 적삼에 망건 쓰고
침상에 누워 본다

肺渴更知村酒好
폐갈갱지촌주호

목마르니 촌 술 좋음
다시금 알게되고

睡昏聊喜野茶香
수혼료희야다향

잠 올 때는 들 차향
더욱 좋아라

竹根迸地龍腰曲
죽근병지룡요곡

땅에 흩어진 대나무 뿌리
용 허리인 듯 구불구불

蕉葉當窓鳳尾長
초엽당창봉미장

창문 앞 파초잎은
봉의 꼬린 양 너울너울

三伏早休民訟少
삼복조휴민송소

삼복이라 일찍 퇴근하고
백성의 송사도 적어

不妨時復事空王
불방시부사공왕

가끔씩 부처님
다시 섬겨 볼까나


* 天龍寺(천룡사) : 지금의 전주시 완산구에 있던 절로 추정.
이규보가 全州牧 司祿으로 부임하러 온 식구가 함께 왔다가 아직 거처가 마련되지 않아
천룡사에 더불어 살던 이야기를 시로 쓴 것으로 보임.
* 碧山傍(벽산방) : 푸른 산 곁, 즉 천룡사를 말함.
* 聊喜(료희) : 그럭저럭 좋아 할만하다.
* 空王(공왕) : 부처님.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
고려 시대의 시인이자 철학자.
호탕하고 활달한 시풍(詩風)은 당대를 풍미했다.
특히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그 감상을 읊은 즉흥시가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으나 과거에 여러 차례 떨어졌다.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 최충헌에게 등용되어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몽골 왕에게 고려에 대한 억압을 누그러뜨려 줄 것을 간구하는 진정표(陳情表)로 유명하다.
저서에는 아들이 간행한 시문집 《동국이상국집》 등이 있다.
미신과 관념론을 비판하고, 한국의 유물론적 사상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