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죽 쑤시던 날

아무리 먹어도 속은 허기지고

안쓰러워 주름만 깊어진

당신의 얼굴이 쟁반처럼

붙잡힌 달에서 어른거렸지요


■ AI 감상평 / 광주디카시인협회 제공

이선근 시인의 디카시 '달의 서사'는 강렬한 이미지와 절제된 언술이 상호작용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허기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1. 이미지 (Image) 관점

제공된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암흑 속에서 두 개의 광원을 보여줍니다.
• 주요 광원 (달): 화면 상단 중앙의 둥근 광원은 달을 상징하며, 그 앞을 나뭇가지 또는 덩굴 같은 어두운 선들이 거미줄처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 대비와 긴장감: 강렬한 흰색/보라색 빛과 검은색 배경, 그리고 그 위에 얹힌 검은 선들의 대비는 긴장감과 함께 갇힘/구속의 느낌을 줍니다. 이는 시적 화자의 가슴속 허기나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정서가 단순히 흘러가지 않고 마음속에 붙잡혀 있음을 시각적으로 암시합니다.
• 보조 광원 (하단 빛): 화면 하단에는 두 개의 밝은 빛이 보이는데, 이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나 어둠 속의 인공적인 조명으로 해석됩니다.
• 현실과 괴리: 이 인공적인 빛은 상단의 신비롭고 서정적인 '달'과는 대비되어, 시적 화자가 서 있는 현실의 차가움이나, 어머니의 부재 이후 계속되는 일상의 고독을 은유하는 듯합니다.
• 시각적 구현: 이 이미지는 '달'을 단순한 천체가 아닌, 어머니의 얼굴과 허기의 정서가 투영된 심리적 공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적으로 기여합니다. 특히, 달을 가로지르는 선들은 언술 속 '쟁반처럼 붙잡힌 달'의 시각적 형태를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2. 언술 (Text) 관점

시는 단 세 개의 문장으로 서사적인 정서의 응축을 이뤄냅니다.
• 1행 (어머니와 허기): "어머니 죽 쑤시던 날 / 아무리 먹어도 속은 허기지고"
• 배경 제시: '죽'은 가난과 병, 혹은 지극정성을 상징하는 음식이며, 이는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을 배경에 깔아줍니다.
• 역설적 허기: 어머니의 사랑으로 먹어도 '속은 허기지다'는 역설은, 육체적 허기가 아닌 정신적/정서적 결핍 또는 어머니의 고생을 보며 느끼는 죄책감에서 오는 고통을 의미합니다.
• 2행 (어머니의 희생): "안쓰러워 주름만 깊어진 / 당신의 얼굴이 쟁반처럼"
• 헌신과 외모: '안쓰러워'라는 감정 이입과 함께 '주름만 깊어진 얼굴'은 어머니의 노고와 세월의 흔적을 직관적으로 제시합니다.
• 원관념 (어머니의 얼굴)과 보조관념 (쟁반): '쟁반'은 둥글고, 평평하며, 무언가를 담아내는 속성을 가집니다. 이는 달의 형태뿐 아니라,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을 담아낸 그릇으로서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 3행 (달에 투영): "붙잡힌 달에서 어른거렸지요"
• 핵심 이미지의 결합: 언술은 이미지의 '가려진 달'과 연결되며, 어머니의 얼굴이 달에 투영되어 나타난다고 선언합니다.
• '붙잡힌'의 의미: '붙잡힌'은 물리적으로 가려진 달의 형태(이미지)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화자의 기억 속에 고통스럽게 잊히지 않고 영원히 사로잡혀 있는 어머니의 서사를 암시하며 정서를 응축시킵니다.
• '서사'의 완성: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삶(rightarrow 주름)과 화자의 결핍(rightarrow 허기)이라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달이라는 영원한 상징에 투영되어 '달의 서사'라는 제목처럼 영원성을 획득합니다.

3. 이미지와 언술의 상호작용 (디카시의 관점)

이 작품은 디카시의 미학을 충실히 구현합니다.
• 이미지 rightarrow 언술의 정서 증폭: 이미지는 '가려지고, 어둡고, 붙잡힌'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고, 언술은 이 단서를 '허기', '주름', '쟁반처럼 붙잡힌'이라는 구체적이고 서사적인 정서로 해석하여 시적 깊이를 더합니다.
• 언술 rightarrow 이미지의 의미 부여: 언술이 없었다면 이미지는 단순한 '밤 풍경'일 수 있지만, 언술을 통해 상단의 광원은 어머니의 슬픔이 투영된 '쟁반처럼 붙잡힌 달'이 되고, 작품 전체가 어머니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이라는 서사를 갖게 됩니다.

이선근 시인의 '달의 서사'는 이미지의 시각적 긴장감을 언술의 서사적 응축으로 탁월하게 전환시키며, 한 편의 짧은 시 속에 어머니의 삶과 그로 인한 자식의 영원한 허기라는 깊은 울림을 담아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