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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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선 칼럼]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 변화
유일선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 입력 : 2024. 06.26(수) 09:47
  • 배진희 기자
기후 변화로 빙하 40% 줄어 '동토서 북극해로'
새로운 경제적 기회 '북극의 역설'
우리나라도 2002년 북극다산과학기지 설립
지경학적 이익에서 다시 대결의 공간으로



북극해는 북위 66.3도 위쪽의 바다로 정의되지만 인간의 접근을 불허할 만큼 척박한 ‘얼음땅’이었다. 현재 기후변화가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지난 30여년 동안 빙하지대가 40%가 줄어 북극의 ‘동토’가 북극해로 변하고 있다. 이것은 글로벌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하여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북극항로 신설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과 광물 자원개발 등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북극의 역설’이 이해당사국들의 군사·안보, 경제와 국제정치 등의 전략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 지역에서 전략적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19세 말부터 북극해는 탐험의 대상이 되면서 인간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750여명의 탐험가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국가간 북극점 쟁탈전이 치열했다. 1909년 미국 해군장교 피어리가 북극점에 최초로 도달했지만, 그 이후 미지의 세계인 북극을 지리적으로 파악하려는 탐험의 시기는 지속되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국경은 북극해를 통해 맞닿아 있어 미래 전장터로 설정하고 최전방 전선을 구축하였다.

또한, 양국은 군사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위해 기상·해류·빙산 등 북극해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비밀리에 추진하여 방대한 정보를 축적했다. 북극해는 오직 양국의 군사·안보의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
1980년 이후 소련과 중국 등이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미국 중심의 세계화 질서에 편입되면서 북극해는 탈냉전 시기를 맞이하였다. 1987년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북극권 개방과 북극 평화지역 설립 제안을 담은 ‘무르만스크 선언’을 발표했다. 이제 북극해는 국제사회의 ‘대결 공간’에서 ‘협력 공간’으로, 즉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가 정치·군사·안보를 우선시하는 지정학적 이익에서 경제를 우선시하는 지경학적 이익으로 전환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국제사회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북극해의 환경보호와 지하자원 및 어족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였다. 북극해 이해당사국인 8개 회원국(연안국: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비연안국: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이 중심이 되어 1996년 ‘오타와 선언’을 통해 북극이사회가 조직되었다. 이 선언은 북극해에서 군사·안보관련 이슈를 배제하고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 관련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이른바 ‘북극 예외주의’를 천명하였다.

이런 국제협력 공간에서 한국은 북극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2년 노르웨이 스피치베르겐섬(북위 78도)에 ‘북극다산과학기지’를 설립하고 북극해에 대한 과학연구에 참여하였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13년 정식옵서버로 선출되었고, 동년 최초의 북극정책인 ‘북극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북극이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기후변화로 ‘북극의 역설’이 진행되면서 북극항로가 현실화되고 천연가스와 석유 등 광물자원이 채굴되면서 대륙붕을 중심으로 이해당사국간 영유권분쟁이 발생하는 등 이제 북극해는 기존의 평화와 협력의 공간에서 군사·안보 측면이 강조되는 지정학적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2020 북극정책기본원칙’에서 북극해를 ‘평화와 협력’의 영역인 동시에 ‘군사와 안보’의 영역임을 천명하였다. 이런 원칙하에 북극해에서 군사시설을 확장하고 무기체계를 정비하면서 가장 강력한 군사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근(近)북극국가’ 개념과 2015년 일대일로 전략의 연장으로 ‘빙상 실크로드’ 정책을 통해 경제적 투자와 현지 이해당사국들을 겨냥한 외교적 압박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남중국해, 중동지역 등 다른 지역의 개입정책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북극해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았다. 2019년 ‘북극전략 보고서’에서 중·러 북극해 활동을 미국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제외한 7개 북극이사회 회원국과 협력을 도모하는 소극적인 포괄적 북극전략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북극해는 지난 1세기 동안 탐험의 대상에서, 냉전대결의 최전선으로, 평화와 협력의 공간으로, 다시 갈등과 대결의 공간으로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여 미래에 대비해야 할 시기이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