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三月晦日卽事
삼월회일즉사

삼월 그믐에 즉흥적으로 읊다

- 설손(偰遜, ? ~ 1360)


大麥青青小麥齊
대맥청청소맥제

보리는 푸릇푸릇
밀은 가지런

柳花如雪杏花稀
류화여설행화희

버들꽃 눈 같고
살구꽃은 드문드문

風前一鳥打人過
풍전일조타인과

바람결에 새 한 마리
사람 치듯 지나가고

天際孤雲學雁飛
천제고운학안비

하늘가 구름 한 점
기러기처럼 날아간다

轉愛晴光卽欲醉
전애청광즉욕취

화창한 날씨 좋아
지금 술 생각나고

却愁春事便相違
각수춘사변상위

문득 이 봄
가버릴까 두렵구나

錦韉玉勒紛紛滿
금천옥륵분분만

비단 안장 옥 굴레에
버들꽃 쌓이고

日暮遙怜獨詠歸
일모요령독영귀

해 질 녘 쓸쓸하게
홀로 시 읊고 돌아간다

* 錦韉(금천) :말 등위에 안장을 얹기 전 까는 것. 주로 비단으로 만들어 錦韉이라고 한다.


설손(偰遜, ? ~ 1360)

초명(初名)은 백료손(百遼遜).
위구르(Uighur, 回鶻) 사람.
고조부 위래티무르[嶽璘帖穆爾] 이래 원나라에서 벼슬을 하였다.
그런데 아버지 설철독(偰哲篤)은 강서행성우승(江西行省右丞)을 지냈다.
아들은 설장수(偰長壽)·설연수(偰延壽)·설복수(偰福壽)·설경수(偰慶壽)·설미수(偰眉壽).
조상 대대로 설련하(偰輦河)에 살았으므로 설로써 성을 삼았다.
학문이 깊고 문장에 뛰어났다.
원순제(元順帝) 때 진사(進士)에 합격하였다.
한림응봉문자(翰林應奉文字)·선정원단사관(宣政院斷事官)을 거쳐
단본당정자(端本堂正字)로 뽑혀 황태자에게 경전을 가르쳤다.
그러나 승상(丞相) 합마(哈麻)의 시기를 받아
단주(單州)로 나가 지키던 중 부친상을 당하여 대령(大寧)에서 살게 되었다.
1358년(공민왕 7) 홍건적(紅巾賊)이 대령을 핍박하자 난을 피하여 고려로 오게 되었다.
왕이 즉위하기 전 단본당에서 황태자(皇太子)를 가르칠 때
원나라에 가 있던 공민왕(恭愍王)과 친교가 있었으므로 후한 대우를 받았다.
1360년 고창백(高昌伯)에 봉해지고 뒤에 부원후(富原侯)에 승봉(承奉)되었으며 부원의 전토(田土)를 하사받았다.
고려의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저서로는 『근사재일고 近思齋逸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