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山復次軒韻
덕산부차헌운

덕산에서 다시 동헌 시에 차운하다

- 구봉령(具鳳齡, 1526 ~ 1586)

城臨闊野擁遙山
성임활야옹요산

성 곁엔 넓은 들
먼 산 두르고

萬點螺尖鳥外看
만점나첨조외간

나는 새 너머엔
수많은 산봉우리

不覺臨軒衣盡濕
불각임헌의진습

비 젖는 줄 모르고
동헌에 나갔더니

春雲片片落簷端

봄 구름 조각조각
처마 끝에 떨어지네

東風籬落杏花天
동풍리락행화천

봄바람에 살구꽃
울타리에 지던 날

客興聊斟藥玉船
객흥료짐약옥선

나그네는 흥에 겨워
술잔을 주고받네

病眼平生眞一快
병안평생진일쾌

병든 눈에 평생 처음
참으로 호쾌하니

碧空無際絶纖煙
벽공무제절섬연

가는 연기 푸른 하늘에
끝없이 피어난다

* 약옥선(藥玉船) : 술을 실은 배라는 뜻으로 술잔을 뜻한다.

송(宋)나라 양만리(楊萬里)의 시에 “약옥선 가운데는 술이 텅 빈 듯하고 물 깊은 안개 곁엔 눈이 다 녹았구나〔藥玉船中酒似空 水沈煙上雪都融〕”라고 하였다.《誠齋集》

구봉령(具鳳齡, 1526 ~ 1586)

본관은 능성(綾城). 자는 경서(景瑞),
1545년 이황(李滉)의 문하에 들어가 수학하였다.
1546년(명종 1)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했다.
1564년 문신정시(文臣庭試)에 장원해 수찬·호조좌랑·병조좌랑을 거쳐, 1567년에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다.
1577년 대사간에 오르고, 이듬 해 대사성을 거쳐 이조참의·형조참의를 지냈다.
1581년 대사헌에 오르고, 이듬 해 병조참판·형조참판 등을 지냈다.
구봉령은 한때 암행어사로 황해도·충청도 등지에 나가 흉년과 기황(飢荒)으로 어지럽던 민심을 수습하기도 하였다.
당시는 동서의 당쟁이 시작될 무렵이었으나 중립을 지키기에 힘썼다.
시문에 뛰어나 기대승(奇大升)과 비견되었다.
또한 「혼천의기(渾天儀記)」를 짓는 등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만년에 정사(精舍)를 세워 후학들과 경사(經史)를 토론하였다.
죽은 뒤 용산서원(龍山書院)에 제향되었다.
저서로는 『백담문집(栢潭文集)』 및 그 속집(續集)이 있다.
시호는 문단(文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