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수중문화재의 가치 여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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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선 칼럼] 수중문화재의 가치 여섯 가지
한국해양대 교수
  • 입력 : 2023. 10.24(화) 11:23
  • 배진희 기자
유일선 한국해양대 교수

1975년 신안군 앞바다에서 우연히 중국 청자 6점이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나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몇 차례 유물도굴사건이 발생하자 문화재 당국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현장조사와 유물발굴을 추진하였다. 11차례 발굴작업을 통해 ‘신안선’으로 불리는 14세기 중세 무역선 1척, 청자류와 백자류 등 도자기류 20,661점과 동전류 28톤을 포함하여 총 22,007점이 인양되었다. ‘신안선’을 보존처리하기 위해 1981년 ‘목포보존처리장’이 개설되고, 이것이 수중문화재 발굴조사의 전담기관으로 발전하여 ‘국립해양유물전시관’(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이 되었다. 이렇게 신안선 발굴이 한국 수중고고학의 시발점이 되었고 역사학, 사회·경제·문화와 해양관련 학문의 지평을 넓혔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여할 만큼 수중문화재는 가치가 있는가? 첫째, 고고학적 가치이다. 고고학은 유적이나 유물과 같은 잔존 물질자료를 통해 인류의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수중고고학은 바다, 하천, 강, 호수 등 수중에 남겨진 물질적 흔적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수중고고학의 대표적인 연구대상은 난파선이다. 과거 어느 특정 시점에 침몰한 난파선과 여기에 실린 화물 그리고 선상생활용품 등은 과거 사회, 문화와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가히 ‘타임캡슐’이라 불릴 만하다. 둘째, 역사적 가치이다. 수중문화재는 연대를 측정하거나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포함하고 있다. 난파선의 경우 유물들의 용도와 원산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특정시기 지역 간, 국가 간 사회, 경제와 문화 등 다양한 교류관계와 전쟁 상황 등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한다. 셋째, 상업적 시장가치이다. 즉 난파선이 ‘보물선’인 경우 현재 시장가치가 고가이므로 수중유물의 발굴비용을 뛰어 넘는 막대한 상업적 이익을 가져온다. 또한 원 장소에 또는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보존하여 관광객과 방문자를 대상으로 관광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17세기 전함 바사호를 해저에서 인양하여 거의 완벽하게 복원한 후 전시하고 있는 스웨덴의 바사박물관을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넷째, 예술적 가치이다. 한국 서해안에서 발굴된 고려청자, 그리스의 아르테미션 곶(Cape of Artemision)에서 발굴된 청동 제우스 상과 아드리아연안 파노(Fano)에서 발견된 그리스 유명한 조각가인 리지포스(Lysippos)의 최초 진품으로 평가된 젊은 체육인 청동상은 아직도 높은 가치의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섯째, 교육적 가치이다. 수중문화재는 인류 해상활동에 대한 물질적 증거이며 찾아내어야 할 수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인류의 사회, 경제, 문화적 교류와 역사를 이해하도록 미래세대를 교육함으로써 미래의 고고학자, 역사학자와 관련분야의 다양한 과학자를 육성할 수 있다. 여섯째, 문화적 가치이다. 문화는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양식이나 상징체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수중문화재에서 민족이나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물은 특별한 문화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수중문화재는 상업적 가치의 사적재와 비상업적인 공공재 성격을 갖는 혼합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정부는 신안선 발굴 사건을 계기로 상업적 가치가 적을지라도 공공재적인 가치를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한국의 수중고고학은 지난 40여 년 동안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제 탐사선, 수중발굴전용 선박, 전문 인력과 장비 등 인프라가 구축되어 국제협력을 통해 심해발굴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수중탐사 및 발굴 기술의 발달로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민간 인양 기업들이 심해발굴을 통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타이타닉 호를 비롯하여 전세계 해저에 300만 이상의 난파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민간 인양 기업이 출현하고 공공기관도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력을 통해 인양작업에 참여할 것이다. 이때 공공재적 가치를 중시하는 고고학자와 해저유물 보호론자 그리고 상업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양기업간 가치충돌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적인 해양관련 학문적 기반 조성과 법과 제도 정비와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