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바다, 인류의 또 다른 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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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선 칼럼] 바다, 인류의 또 다른 삶의 공간
  • 입력 : 2023. 06.28(수) 16:12
  • 배진희 기자
유일선 한국해양대 교수

인간의 운명은 비극적이고 허무하다. 우리의 삶은 아무리 의지와 신념을 불태워도 생로병사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고, 또한 존재 자체가 결국 죽음과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극성과 허무함을 배태하고 있는 운명 앞에 인간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 즉 자원배분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욕구는 종류, 크기와 우선순위에서 사람마다 사회(국가)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그 가변성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반면 이런 욕구들을 충족시켜줄 대부분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욕구가 무한하고 자원이 유한한 비대칭적 조건하에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이 유한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인간 대 인간의 자원배분 과정을 보면 대결과 경쟁으로 인해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고, 다른 한편 협력에 의한 교환이익의 향유로 안정과 평화가 이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 대 자연과 관계에서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약탈과정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약탈 대상인 자연은 71%의 바다와 29%의 육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인류 생명의 시원은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진화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지만, 인류는 바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육지를 생존공간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이 행성의 이름을 수구(水球)가 아닌 지구(地球)라고 명명하였다.

이곳에서 인류는 생로병사의 운명의 굴레를 견디면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 등을 역사의 이름으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여 유증하고 육지 중심의 최적화된 삶의 방식들을 찾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이것들은 법, 제도와 문화 형태로 체계화되어 현재 과학기술이 바탕이 된 인류문명의 양식이 되었다. 수많은 자연재해와 인간들의 전쟁과 범죄 등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풍요, 수명연장과 함께 좀 더 안전한 생존공간을 조성하여 2023년 현재 약 80억이 넘는 인구가 협소한 육지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의 대가도 만만치 않다. 산업화 이후 대규모 자연자원에 대한 수탈로 육지에서 자연자원은 고갈되거나 황폐화되고, 쓰레기는 양산되어 대기와 토양은 지속적으로 오염되었다.

이에 따라 인류의 삶의 질은 격감하고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유발된 지구의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육지에서 생존은 한계에 이르렀다.

인류의 생존공간에서 밀려난 바다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근대이전 시대 해양은 만인이 공유하여 육지의 부족한 자원을 공급하고, 대륙과 대륙을, 국가와 국가를,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여 무역이익을 창출함으로서 인류생존의 중요한 보조적 역할을 수행했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대항해시대’를 거치면서 산업국가들의 자원수탈경쟁은 전 대륙의 자원뿐만 아니라 공유자원의 특성을 갖는 해양자원의 고갈과 황폐화를 가속화시켰다. 또한 바다는 철저히 육지의 쓰레기 폐기장으로 활용되면서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 포집능력이 상실될 정도로 바다의 자정능력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인류 생존이 위협받게 되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다는 인류의 또 다른 삶의 공간은 될 수 없는가? 이때 육지와 다른 바다의 특성과 마주하게 된다. 물성이 다르고, 만인이 공유하는 바다, 즉 공해가 바다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육지가 아닌 바다중심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체계화해야 한다.

공유의 바다에서 바다와 공존할 수 있는 인류의 삶터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인간의 삶의 방식은 어떤 형태인가? 바다 지배구조는 어떻게 설계해야 되는가? 이때 적용될 법, 제도와 문화는 어떤 형태인가?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기술과 산업이 필요하게 되는가? 바다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방안은 없는가?

이런 문제들이 개별국가차원이나 국제기구차원에서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산업적 차원을 뛰어넘어 이런 근본적 물음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