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권역 의대신설 현 정부서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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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권역 의대신설 현 정부서도 불가능?
역대 정부 필요성엔 공감 하고도 의사 저항에 매번 물거품
  • 입력 : 2022. 08.02(화) 20:45
  • 배병화 기자
전남대 의대로부터 대다수 의사를 수급받고 있는 전남대 병원
매년 전남서 70만명 의료원정, 역외유출 의료비 1조3천억원
고령화 시대 의사수 태부족, 보건의료인과 임금격차도 문제
올 연말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에 의사정원 확대 등 반영을
의대 정원 증원하고 의대없는 지역에 공공의대 신설 바람직



[프레스존]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에서도 전남에 의과대학을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자치제 부활을 앞둔 1990년 시작한 의대 설립요구는 절박하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남아있다.

진보정권이 들어섰던 때에도 이 숙원을 풀지 못했다.

하물며 보수정권에서야 쉬 풀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엔 애당초 무리라 여겨진다.

30년 이상 해묵은 이 숙원은 물론 민선7기에 이어 민선8기 전남도 역점 사업으로 분류된다.

정부나 정치권에 대고 “전남에 의대를 두자”는 한결같은 주장을 해대는 게 지역 공동체의 동향이다.

비록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광역단체 중 의대가 없는 지역은 전남뿐.

응급의료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한 취약지역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해마다 70만 명이 수도권 등 타지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 역외로 유출되는 의료비용만 연간 1조3천억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민간 주도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한 부작용이라 풀이된다.

많은 영역에서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가 큰데다 의료자원 역시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그 결과, 중증응급환자 지역유출률은 가장 높은 곳이 전남으로 2020년 기준 46.0%에 달한다.

충남 34.1%, 경북 31.9%보다 12~14% 포인트 높고, 특히 지역 유출률이 18.6%에 그친 서울에 비해선 27.4%나 높다.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전남으로선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의료시설에 접근하기 수월하지 않은데다 국가기간산업 시설도 밀집돼 있기에 산업재해도 빈발하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이유다.

앞으로 30년 후 고령인구가 전체 도민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초고령화 사회로 치달을 태세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지난 5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50년, 전남이 49.5%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 다음이 경북 48.9%, 강원 47.2% 순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쓰는 건강보험 진료비는 2021년 기준, 40조4천347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2.3%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남 고령층의 의료수요가 상당하리란 짐작이 간다.

사정이 이런데도 역대 정부들은 왜 전남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을까?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의대가 필요하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올 5월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역대 정부와 같은 엇비슷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역에서 국정과제에 포함해달라는 건의를 받고서도, 외면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필수의료 기반 강화’라는 여지만 남겨둔 채 반영하지 않았음은 물론, 정부조차 정책화하는 데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남으로선 추진동력을 잃은 셈이다.

더욱이 현 정부는 의대가 3곳이나 있는 충남에는 추가로 신설하기로 하고, 울산과학기술원에도 의과학원을 설립하기로 발표한 사실만으로도 전남도민이 느끼는 소외감,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하겠다.

이 정부나 저 정부나 전남에 의대 설립을 허용하지 않은 판단의 배경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 그 논거가 타당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어떻든 지금까지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지 못한 것은 지역과 정치의 논리가 아닌, 의료계 논리에서 밀리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전남에 의대를 두자는 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의사들의 관점에서부터, 향후 의료인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의료산업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그만한 논리들이 적지 않을 터다.

2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전남권역 의대 설립을 허용하는 관련 법안을 추진하려다 전공의 등의 파업 강행 등에 맞닥뜨리면서 좌절한 데서 그 일단을 가늠하고도 남는다.

정부의 의지 말고도 이익단체라 할 의사협회를 먼저 설득하지 않고선 이룰 수 없다는 현실적 장벽은 전남이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여겨진다.

2020년 8월 전공의 파업을 주도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당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이 핵심이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 씩 늘려 10년 간 의사 4천 명을 추가 양성하고 그 중 3천 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10년 간 특정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롤 육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공공의대는 의대가 없는 지역에 신설될 예정으로 필수분야 인력을 양성해 주로 공공의료기관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의 근거로 국내 의사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에 못미치고 지역별 의사격차도 심각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 현실을 감안, 의료인력을 확대해 의료취약 지역과 응급의료, 감염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비인기 과목’ 종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현재 인구감소율, 의사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반박하는 한편, OECD 평균치나 지역별 의사수라는 단순통계로 의료접근성을 판단하기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전공의들의 파업에 정부는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다만, 정부는 2020년 7월 의대 정원을 발표한 이후 논의를 진행 중 9.4 의정합의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재 논의키로 한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코로나 시국이 진행 중인 지금에는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관련 입장은 어떤 것일까?

올해 7월 7일 발표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수 부족이 보건의료인력간 임금수준의 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를 두고 보건의료노조는 “2019년 기준 인구 1천 명 당 우리나라 의사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인 3.6 명에 미치지 않는다”며 “이는 의대 정원의 확대 등 의사인력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에 비해 타 직종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임금격차 해소도 중요한 과제로 확인됐다”며 “의사의 평균 임금은 약 2억 3천여만원으로 약사의 3배, 간호사의 5배, 간호조무사의 8.2배인데 의사부족이 임금수준의 격차를 더욱 벌려 놓았다는 평가가 사실임을 뒷받침해준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특히 “의사 인력확충은 고령화로 인한 보건의료 수요의 증가와 지역불균형 해소, 과도한 직종간 임금격차 해소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나 유독 십수년째 의사인력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우에 따라선, 또한 시각에 따라선 의사인력의 수급 문제는 동전 뒤집기나 다름없다고 읽힌다.

의사들 입장에선 밥그릇이 줄어 들까봐 견강부회식 접근에 나서는 것으로 비춰지며, 다른 보건의료인 처지로선 직종간 임금격차 해소 관점에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 입장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적이며 공정하며 합리적인 보건의료인력의 양성과 배치가 국가적 책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높아진 건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과연 올해 말까지 수립하게 돼 있는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에 대해 정부 당국이 어떻게 접근할지, 의료인력 증원과 양성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배병화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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