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갈수록 느는 '직업성 암' ... 여수·순천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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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갈수록 느는 '직업성 암' ... 여수·순천 이대론 안된다
전국 평균치보다 최고 10% 가량 높은 발생률 큰 걱정거리
  • 입력 : 2021. 10.26(화) 09:52
  • 배진희 기자
윤간우 전남동부 근로자센터장이 최근 광양철강산업단지와 여수석유화학단지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을 만나 직업성 암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직업성 암 인지도 모르는 환자들 인식도 문제
선진국, 전체 암 환자의 4%는 직업성 암 추정
예방책과 지자체 차원의 생계비 지원책도 절실


[프레스존] 최근 여수·광양 등 철강 및 석유화학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 직업성 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남동부권 공동체에서는 하루속히 지자체와 의료기관, 환경단체 등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강하게 분출하고 있다.

앞으로 직업성 암에 대한 소극적인 근로자와 기업체, 관계당국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실질적인 예방책을 모색하기 위해 윤간우 전남동부 근로자건강센터장의 도움말로 직업성 암에 대한 현황과 대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직업성 암환자 수치는 미국·영국·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과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등 세계기구의 통계를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암환자 중 약 4%로 추정하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 전체 암환자는 매년 24만여명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4% 적용하면, 매년 9천600명이 직업성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규모는 전체 암환자의 0.1%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는 수치가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처음부터 직업성 암인지 의심하지 않고 아예 신청을 안하기 때문이라고 윤 센터장은 진단한다.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일단 암에 걸리게 되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치료과정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발병원인을 찾는 것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거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또 “심지어 의사들도 치료만 할 뿐 원인규명에는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 의료체계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24만여명의 암환자 가운데 0.1%만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고 있다.

둘째, 한마디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매년 국내에서 발생하는 암환자(24만여명)가운데 직업성 암환자는 국제적 기준치인 4% 적용시 9천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중 2.8%인 279명이 직업성 암으로 신청하지만 이마저도 심의단계에서 205명만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 참조>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매년 24만여명의 암환자 가운데 0.1%만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직업성 암은 왜 찾아내야 하는가?

암 발생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나, 가계소득의 불안정과 빈곤위험을 가중시킨다.

환자는 치료과정에서 경제활동이 중단되거나 치료 후에도 업무 복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으면 국가의료보장체계 아래 가정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의료비 부담을 상당부분 완화시켜 준다.

또한 근로자가 생계 차원에서 암치료 중에도 근무하게 되면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업무시간을 조정하거나 사고예방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아울러 ‘직업성 암환자 찾기’ 사업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초석을 다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도 이익을 얻는 셈이다.

결국 어떻게 직업성 암을 찾아내고, 또 환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다행히 서울녹색병원 내에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 119’(이하 암환자 119)가 지난 4월 28일 출범했다.

암환자 119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일과 건강, 7개 권역 법률지원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일부 노동조합과 노동안전 단체, 피해자 단체, 언론 등과 연대해 직업성 암에 대한 상담과 홍보, 법률지원, 정책 개발을 하고 있다.

올해 9월 현재 암환자 119에 접수된 현황을 살펴보자.

전체 141건 가운데 폐암 58건, 혈액암 21건으로 직업성 암으로 의심되는 비율이 전체 56%로 나타났다.

직업성 암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윤간우 센터장은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먼저 시 보건소와 주요 상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직업성 암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 및 홍보활동을 강화한다.

이어 작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산업위생 전문가, 산재관련 변호사 및 노무사가 참여하는 ‘직업성 암 자문단’을 구성해 암 발병시 직업 관련성에 대해 정밀심사후 산재 신청을 한다.

이와 함께 각 지자체에서는 현재 소득수준에 따라 암환자 의료비를 지원하는 국가사업 외에 암 환자가 수술·항암·방사선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동안 적절한 생계비를 지원함으로써 경제적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윤 센터장은 강조했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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