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次東坡煎茶韻
차동파전다운

소동파의 煎茶(전다)의 韻을 빌어 읊다

- 정태화(鄭太和, 1602 ~ 1673)

風味何論雪水烹
풍미하론설수팽

차 풍미를 어찌
눈 녹은 물만 논하랴?

可憐江色本澄淸
가련강색본징청

본디 맑고 깨끗한
강물도 좋은 것을.

要將活火新煎茗
요장활화신전명

불 잘 이뤄
새 차 끓이고

爲汲長流正滿甁
위급장류정만병

강물 길어
병 가득 채운다네.

初見燒爐騰霧氣
초견소로등무기

처음엔 화로에
안개처럼 피어올라

却聞傾罐作泉聲
각문경관작천성

잠시 후 주전자에
샘물소리 들려오네.

嘗來便覺精神夾
상래편각정신협

한 번 맛보니
정신이 상쾌해져

展卷燈前到二更
전권등전도이경

등불 앞 이경까지
책을 읽었다네.


* 이 詩에서 말하는 蘇東坡의 煎茶(전다)는 원래 제목이 ‘汲江煎茶(급강전다)’ 입니다.
罐 : 항아리 관, 두레박, 주전자

출전 : 『양파유고(陽坡遺稿)』 권 1

[감상평]

정태화(鄭太和, 1602 ~ 1673)

본관은 동래. 자는 유춘(囿春), 호는 양파(陽坡).
1628년(인조 6) 별시문과에 급제, 승문원정자가 되었다. 1
631년 정언을 거쳐 이듬해 이조좌랑이 되고,
이어 홍문관·사간원·사헌부·세자시강원 등의 당하관직을 두루 역임하고 1635년 사간이 되었다.
이듬해 병자호란 때 도원수 김자점(金自點)이 토산(兎山)에서 패하여 도망하자
황해도의 여러 곳에서 패잔병을 수습하고 항전, 많은 적을 살해했다.
이 공으로 비변사가 천거한 유장(儒將) 4명 중 한 사람으로 뽑히고, 집의로 승진되었다.
공조판서·형조판서 등을 거쳐 1649년 우의정에 오른 후,
효종이 즉위하자 사은사(謝恩使)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그후 좌의정으로 승진되었으나 모친상을 당하여 나가지 않고 향리에 머무르다가,
1651년(효종 2) 영의정이 되어 다시 조정에 나아갔다.
이후 1673년(현종 14) 심한 중풍으로 사직할 때까지 20여 년 간 효종·현종 때 영의정을 5차례나 지냈다.
1659년 효종이 죽은 후 제1차 예송이 일어나자
송시열 등 서인이 제기했던 기년설(朞年說)을 지지, 이를 시행시켰다.
저서로 〈양파유고 陽坡遺稿〉·〈양파년기 陽坡年紀〉가 있다.
현종의 묘정에 배향. 시호는 익헌(翼憲), 뒤에 충익(忠翼)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