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次人韻詠茶
차인운영차

- 조경(趙絅, 1586 ~ 1669)

披尋老子五千言
피심노자오천언

오천 글자 노자를
뒤적이며 살피다가

要喫新茶晝閉門
요끽신차주폐문

한 낮 문을 닫고
새 차를 마신다네.

鐺口初看魚眼出
당구초간어안출

처음엔 솥 주둥이
물고기 눈 보이더니

杯中却愛月團存
배중각애월단존

찻잔 속 월단
참 아름답구나.

沃心度越殷宗命
옥심도월은종명

마음을 적시는 것은
은종의 명령보다 낫고

順氣何如易卦坤
순기하여역괘곤

순조로운 기운은
주역의 곤괘 같네.

只恨世間無李白
지한세간무이백

안타가워라 이 세상엔
이백이 없으니

玉山仙掌與誰論
옥산선장여수론

옥산의 선장을
뉘와 논할거나.

披 : 나눌 피, 쪼개다, 책을 뒤적이다.
鐺 : 쇠사슬 당, 노구솥 당

출전 : 『용주유고』 권 2

[감상평]

조경(趙絅, 1586 ~ 1669)

본관은 한양(漢陽). 자는 일장(日章), 호는 용주(龍洲)·주봉(柱峯).
윤근수(尹根壽)의 문인으로 김상헌(金尙憲)·이정구(李廷龜) 등과 교유했다.
1612년(광해군 4) 사마시에 합격했으나,
광해군의 대북정권하에서 과거를 포기, 거창에 물러가 살았다.
인조반정 후 유일(遺逸)로 천거 받아 형조좌랑, 목천현감 등을 지냈고,
1626년(인조 4) 정시문과에 장원, 정언(正言)을 거쳐 지평·교리·헌납 등을 역임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 화전(和戰) 양론이 분분할 때
강화론을 주장하는 대신들을 강경하게 논박하며 척화론(斥和論)을 주장했다.
그 뒤 응교·집의 등을 거쳐 1643년 왜란 후 재개된 5번째의 일본사행(日本使行)에 통신부사(通信副使)로서 다녀왔다.
이때의 일을 〈동사록 東槎錄〉이라는 기행문으로 남겼다.
1650년(효종 1) 예조판서로 재직 중, 효종의 북벌계획을 눈치 챈 청나라가
사문사(査問使)를 보내어 추궁하고 죄를 주고자 하는 등 위기에 처하자,
영의정 이경석과 함께 책임을 떠맡고 백마산성에 위리안치 되었다.
이듬해 풀려나왔으나 기용되지 못하다가 1653년 회양부사(淮陽府使)를 지낸 후 은퇴했다.
주자 성리학을 근본으로 하면서도 문사(文史)에도 박학하여 진한(秦漢) 이후의 글을 모두 섭렵했다.
저서로 〈동사록〉·〈용주집〉이 있다.
1676년(숙종 2) 현종 묘정에 배향되었다가 1681년 출향되었다.
포천 용연서원(龍淵書院), 흥해 곡강서원(曲江書院), 춘천 문암서원(文巖書院)에 제향되었다.
시호는 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