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할아버지 틀니 하던 날
뭉게뭉게 흰 구름 피어나네요

매미 울고 석류 웃고

앞니 빠진 영이 할매 곰방대에도
뻐끔뻐끔 구름꽃 피어나네요

- 권준영

♤시작노트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마주친 풍경에 반해
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마을 경로당 모퉁이에 우뚝 선 느티나무 보호수,
수령이 수백 년 어쩌면 천 년이 넘었을지도 모를
늙은 나무가 어쩌면 저리도 위풍당당할까요.
빈속을 시멘트로 채운 모습이 흡사
틀니를 한 할아버지 같은데도요. 주변의 크고 작은 나무들, 더러는 마른 가지가
만세 하듯 하늘 향해 팔 벌리고 더러는
푸른 잎사귀들이 싱그러움을 자랑합니다. 경로당 이 빠진 어르신 곰방대에서
연기 한 줄기가 새어 나올 즈음
나무 그늘에서는 매미가 울어대고
앞마당에서는 석류가 가슴 열어
알알이 붉은 속을 보여줄 것만 같습니다.

[무등디카시촌 제공]


[권준영 이력]

- 문학예술신인상
- 현대문예추천문학상
- (사)시가흐르는행복학교장
- 시집<뿔, 물이되다>
- 무등디카시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