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川
이천

이천에서

- 유몽인(柳夢寅, 1559 ~ 1623)


貧女鳴梭淚滿腮
빈녀명사루만시

베 짜는 가난한 아낙
뺨에는 눈물 가득

寒衣初擬爲郞哉
한의초의위랑재

처음엔 겨울 옷
낭군 드릴 맘 이었는데

明朝裂與催租吏
명조열여최조리

내일 아침엔 끊어서
재촉하는 관리 주고

一吏纔歸一吏來
일리재귀일리래

한 관리 가고나면
다른 관리 또 온다네.

[촌평]

군포를 걷어가는 관리들의 부패함에
가난한 시골 아낙 눈물 마를 겨를 없네.

유몽인(柳夢寅, 1559 ~ 1623)

문장가 또는 외교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글씨에도 뛰어났다.
야담집 〈어우야담〉의 지은이로 유명하다.
본관은 고흥. 자는 응문(應文), 호는 어우당(於于堂)·간재(艮齋)·묵호자(默好子).
1589년 증광문과에 장원급제했으며,
1592년 수찬으로 명나라에 다녀오던 중 임진왜란이 일어나 평양까지 선조를 모시고 따라갔다.
임진왜란을 겪는 동안 명나라 관원을 상대하는 외교적인 임무를 맡아 일했다.
광해군 시절에는 북인에 가담했으나 인목대비 유폐에 찬성하지 않는다 하여 배척되었다.
그 뒤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서 은거하던 중 대제학에 추천되었으나, 거절했다.
이로 인해 1623년 인조반정 때 화를 면할 수 있었으나
그해 7월 현령 유응경이 광해군의 복위를 꾀한다고 무고하여 아들 약(瀹)과 함께 사형되었다.
그의 깨끗한 이름을 기려 전라도 유생들이 문청이라는 사시를 올리고 운곡사(雲谷祠)에 봉양했다.
신원된 뒤 나라에서 의정(義貞)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운곡사를 공인했으며 이조판서에 추증했다.
저서로는 야담집 〈어우야담〉과 시문집 〈어우집〉이 있다.

나웅인 삼성한의원 원장 /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