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後坐軍器寺大閣
우후좌군기시대각

비온 뒤 군기시 대각에 앉아

- 신흠(申欽, 1566 ~ 1628)

一雨中宵漲綠池
일우중소창록지

밤사이 비 내려
푸른 연못 물 불어

荷花荷葉正參差
하화하엽정참치

연꽃과 연잎이
여기저기 들쭉날쭉

鴛鴦定向花間宿
원앙정향화간숙

원앙 한 쌍 꽃 사이로
잠자러 들어가니

分付西風且莫吹
분부서풍차막취

갈바람에 일러서
불지마라 해야겠네.


[촌평]

비 내려
연못물 가득하고
연꽃은 무성하다.
원앙새 한 쌍 그 속으로 자러가니
행여 방해될까
가을바람에게 불지 말라 부탁한다.


신흠(申欽, 1566 ~ 1628)
이정구(李廷龜)·장유(張維)·이식(李植)과 함께
'월상계택'(月象谿澤)이라 통칭되는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의 한 사람.
본관은 평산(平山). 자는 경숙(敬叔), 호는 상촌(象村)·현헌(玄軒)·방옹(放翁).
1585년 진사시·생원시에 합격하고, 1586년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했다.
1599년 큰아들 익성(翊聖)이 선조의 딸인 정숙옹주의 부마가 되었고,
1601년 〈춘추제씨전〉을 엮은 공으로 가선대부가 되었다.
1608년 광해군이 즉위하자 한성부판윤(漢城府判尹) 예조판서가 되었다.
47세 때 계축옥사가 일어나 선조로부터 영창대군의 보필을 부탁받은
유교칠신(遺敎七臣)의 한 사람이라 하여 파직되었다.
이 시기에 문학을 비롯한 학문의 체계가 심화되어
〈청창연담 晴窓軟談〉·〈구정록 求正錄〉·〈야언 野言〉 등을 썼다.
1623년 인조반정과 함께 대제학·우의정에 중용되었다.
1627년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좌의정으로 세자를 수행하고 전주로 피난했으며,
같은 해 9월 영의정에 올랐다가 죽었다.

나웅인 삼성한의원 원장 /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