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言 絶句

최항(崔沆, ? ~ 1024)

滿庭月色無煙燭
만정월색무연촉

뜰 가득 달빛
연기 없는 촛불이요

入座山光不速賓
입좌산광불속빈

자리에 드는 산 빛
청치 않은 손님일세.

更有松絃彈譜外
갱유송현탄보외

더하여 솔바람
악보 없는 가락 타니

只堪珍重未傳人
지감진중미전인

그 뛰어남 보배로우나
전할 수는 없어라.


[나웅인의 촌평]

사람들은 처음에 이 시를 고려의 문신 해동공자(海東孔子) 최충이 지었다고 알았다.
그래서 역시 사람의 인품이 좋으니 훌륭한 시가 나왔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하였다.
그러나 훗날 이 시가 고려 최우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집권한 후, 무고를 믿어 계모 대씨를 독살하고 많은 중신들을 죽인 포악무도한 최항(崔沆:?~1024)의 작품으로 알려지자 누구도 믿으려 않으려 했다.

어떻게 저렇게 포학무도한 자에게서 이런 시가 나올 수 있는가 하고 또 아마 그의 문객 중 누가 대신 지어준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시를 폄하하기도 했다. 아직도 대부분 최충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詩는 詩다.

나웅인 삼성한의원 원장/ 광주 남구 봉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