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都懷古
동도회고

경주에서 옛날을 회상함.

- 남경희(南景羲, 1748 ~ 1812)

半月城邊秋草多
반월성변추초다

반월성 주변엔
가을 풀 우거지고

金鰲山上暮雲過
금오산상모운과

금오산 위
저녁구름 가득하다.

可憐亡國千年恨
가련망국천년한

슬프다 망국의
천년 맺힌 한

盡入樵兒一曲歌
진입초아일곡가

나무꾼 노래 가락에
모두 들어 있구나.


[촌평]

경주의 수도 반월성의 가을 풍경.
스러진 나라의 초라한 모습.
금오산 저녁 노을 지금도 고운데
망국 설움 가득 담은
나무꾼의 노랫소리.


남경희(南景羲, 1748 ~ 1812)

본관은 영양(英陽). 자는 중은(仲殷), 호는 치암(癡菴).
1777년(정조 1) 국왕의 즉위기념 증광시(增廣試)에 합격,
진사가 되었고, 동시에 문과에 병과(丙科)로 급제하였다.
1788년경부터 승문원박사·성균관전적·사헌부감찰·병조좌랑을 거쳐 사간원정언에 이르렀다.
1791년 사직하고 고향인 경상도 경주 보문리로 돌아온 뒤부터는 정
범조(丁範祖)·이익운(李益運) 등의 정치참여 권유도 뿌리치고 스스로 은거하였다.
어느날 독서를 하고 있을 때 부인이 곁에 와서 양식이 떨어졌다고 하였으나 묵묵부답하였고,
또 집안일을 말해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를 보고 있던 다섯살 난 어린 딸이
어머니에게 왜 못난 사람과 말하느라 고생하느냐고 하였으므로
자기도 모르게 실소(失笑)를 하고는,
그 뒤 자신도 돌보지 못하면서 민생이니 세도를 걱정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여
스스로 치암이라 호하였다 한다.

나웅인 삼성한의원 원장 /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