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溪*途中
월계도중

- 유희경(劉希慶, 1545 ~ 1636)

山含雨氣水生烟
산함우기수생연

산은 비 머금고
물엔 안개 피어나고

靑草湖邊白鷺眠
청초호변백로면

푸른 풀 호숫가엔
백로가 잠을 잔다.

路入海棠花下轉
로입해당화하전

해당화 밑 돌아
길은 들어가고

滿枝香雪落揮鞭
만지향설락휘편

가지 가득 향기론 눈
채찍 맞고 떨어진다.

[촌평]

* 月溪(월계) : 강원도 양양에 있는 하천.

동해 바다를 곁에 두고 설악산을 올려보니
산에는 구름 끼고 물엔 안개 피워.
해당화 난 길 따라 말 몰며 채찍드니
하얀 해당화 꽃 우수수 덜어진다.

유희경(劉希慶, 1545 ~ 1636)

13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어린 나이에 홀로 흙을 날라다 장사지내고 3년간 여막 살이를 하며 3년 상을 마쳤다.
그러고 나서도 병으로 앓아누운 어머니를 30년간이나 모신 효자.
여막 살이를 할 때 마침 수락산 선영을 오가던 서경덕의 문인 남언경에 눈에 띄어
《주자가례》를 배운 뒤 예학(禮學)에 밝아진 그는 국상이나 사대부가의 상(喪) 때는 으레 초빙.
부안의 여류 시인이자 명기 매창과의 사랑으로 유명.
촌은(村隱) 유희경은 허균의 《성수시화》에 보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유희경이란 자는 천한 노비다.
그러나 사람됨이 맑고 신중하며 충심으로 주인을 섬기고 효성으로 어버이를 섬기니
사대부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가 많았으며 시에 능했다."
미천한 신분이라 관직 없이 시를 지으며 지내다 부안지방에 이르러 명기 매창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시문학에도 뛰어나 정업원(淨業院) 하류에 침류대(枕流臺)를 짓고 시를 읊으며
당시에 쟁쟁한 사대부들과 교류.
노비출신이지만 효성이 지극하고 《주자가례》에 통달.
나라의 위태로움에 발 벗고 나선 유희경은 장수하여 80살에 금강산을 유람하고 92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그는 보기 드문 천민 출신 선비요, 학자였다.

나웅인 삼성한의원 원장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