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병화 칼럼] 의대 하나 합의 못한 전남광주, 통합의 미래 말할 수 있나 프레스존 에디터 / 법학박사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
| 2026년 08월 21일(금) 0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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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기주의·동서 갈등에 발목…36년 숙원 스스로 경쟁력 떨어뜨려
대학 자율적 결단 실종…행정기관 명의의 ‘미완성 신청서’ 제출
경북은 대학·병원까지 구체화…전남광주는 입지조차 정하지 못해
정치권은 삭발·성명·상경투쟁…정작 조정과 타협의 리더십은 부재
의대 하나 합의 못한 통합특별시…더 큰 이해충돌 어떻게 풀 것인가
공공기관·산업·예산 배분 갈등 줄줄이…통합의 미래에 던진 경고음
‘누가 가져가느냐’에 매몰된 지역사회…‘전남광주 전체의 이익’은 뒷전
[프레스존] 전남권 국립의대의 운명이 결국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교육부가 정한 8월 20일 제출 시한까지 목포대와 순천대는 통합에 합의하지 못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결국 어느 대학에 의대를 둘 것인지, 대학병원은 어디에 세울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의대 신설의 필요성과 정원, 지자체 지원계획 정도만 담은 추진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가 요구했던 핵심은 빠진 셈이다.
36년 숙원이라던 전남 국립의대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을 두고 단순히 대학 두 곳의 협상 실패라고만 말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전남광주 지역사회의 갈등 조정 능력과 정치·행정 리더십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에 가깝다.
목포와 순천, 동부권과 서부권은 끝내 ‘전남 전체에 무엇이 필요한가’보다 ‘우리 지역에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를 앞세웠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대학본부의 위치를 둘러싼 협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간 자존심 대결로 변질됐다.
정치권도 갈등을 수습하기보다 지역 여론의 앞줄에 서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삭발과 상경집회, 기자회견과 성명이 이어졌지만 정작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내는 정치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역사회의 역량 부족을 절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더 뼈아픈 것은 대학의 자율적 결단마저 실종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을 전제로 의대와 대학병원 위치 등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 대학은 마지막 순간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대학이 주체가 돼 제출해야 할 미래 청사진 대신 행정기관이 ‘전남광주에는 의대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서류를 내는 데 그쳤다.
반면 경쟁 지역인 경북의 모습은 다르다.
경북은 국립경국대를 중심으로 경북도와 안동시·예천군 등이 협력체계를 만들었고, 정원 100명 규모 의대와 경북도청 신도시 500병상 부속병원이라는 구체적인 구상을 마련했다. 의대 설립 전담팀까지 만들어 중앙정부 대응에 나섰다.
정부 심사를 앞두고 어느 쪽의 계획서가 더 완결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전남광주가 받아들여야 할 가장 쓰라린 현실은 이것이다.
경북이 강해서 전남광주가 불리해진 것이 아니라, 전남광주가 스스로 약점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제 지역은 결과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지역에서 결론을 만들어 정부를 설득해야 할 일을 끝내 하지 못하고 판단을 중앙정부에 넘긴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립의대 사태는 의대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특별시로 출범하며 가장 강조했던 것이 지역 간 균형과 상생이었다. 광주와 전남을 넘어 동부와 서부, 도시와 농어촌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더 큰 공동체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통합의 명분이었다.
그런데 정작 통합 직후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지역 현안에서조차 동부와 서부의 이해를 조정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공공기관 이전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산업시설과 대규모 투자를 어느 지역에 유치할 것인지, 통합특별시의 핵심 기관과 예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광주·남악·동부청사의 기능과 권한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의대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큰 이해관계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국립의대 하나를 놓고도 지역대결을 넘지 못했다면 앞으로 수십조, 수백조원의 산업과 예산, 기관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어떻게 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합은 행정구역을 합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양보하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선택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있어야 한다. 이를 조정할 행정력이 있어야 하고, 지역 여론에 편승하지 않고 결단할 정치적 리더십도 필요하다.
이번 국립의대 사태에서 전남광주는 그 어느 것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책임 공방이 아니다.
목포가 잘못했느냐 순천이 잘못했느냐, 동부가 욕심을 부렸느냐 서부가 양보하지 않았느냐는 논쟁을 계속하는 순간 이번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교훈마저 사라진다.
물어야 할 것은 더 근본적이다.
왜 우리는 지역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합의하는 데 실패했는가.
그리고 더 무거운 질문이 남는다.
의대 하나를 놓고도 하나가 되지 못한 전남광주가 과연 통합특별시라는 더 큰 공동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가.
정부의 의대 선정 결과보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전남광주의 미래에는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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