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디카시] 가을의 시 / 권준영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5년 12월 16일(화) 06:10

문장 하나 완성할 수 있다면
더 내드려도 좋겠다 했어

이만큼 붉어졌으니 괜찮겠다

지금 이대로 떠난다 해도
상처 하나쯤 안고 간다고 해도

■ AI 감상평 - 광주디카시인협회 제공

권준영 시인의 디카시 '가을의 시'는 강렬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절제되면서도 사색적인 언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1. 이미지의 분석
● 시각적 요소의 힘
제시된 이미지는 붉게 물든 단풍잎을 클로즈업한 사진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 강렬한 색채 대비: 짙은 주황색 또는 붉은색 잎사귀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며, 뒤쪽의 밝고 흐릿한 배경(역광으로 인한 흰색, 노란색)과 극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이 붉은색은 단순한 가을의 색이 아닌, 성숙, 열정, 혹은 아픔을 견뎌낸 존재감을 상징합니다.
• '상처'의 구체화: 잎사귀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 있거나 찢겨 나간 듯한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푸른빛이나 회색빛 하늘을 비추고 있어, 상처' 혹은 '결핍'이라는 시적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합니다. 잎의 붉음이 정점에 달한 상태에서 드러나는 이 상처는 시적 언술의 핵심 모티프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이미지는 잎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가장 명확한 결핍(상처)을 동시에 보여주며, 시가 던지는 질문의 출발점이 됩니다.

2. 언술의 분석
● 절제와 사색의 미학
시의 언술은 단 네 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독백처럼 조용하지만 무게감 있게 전개됩니다.
• 1~2행: '완성'과 '내어줌'의 관계
"문장 하나 완성할 수 있다면 / 더 내드려도 좋겠다 했어 "
'문장 하나'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삶의 의미, 깨달음, 존재의 이유를 응축한 은유로 해석됩니다. 화자는 이 '완성'을 위해 자신을 '더 내어주는' 희생적 자세를 취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는 예술가의 고뇌이자, 성숙을 향한 존재의 몸부림을 나타냅니다. .
• 3행: '성숙'과 '만족'의 선언
"이만큼 붉어졌으니 괜찮겠다 " 이 문장은 붉은 잎의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포개지며, 최고조로 성숙한 상태(붉어짐)에 대한 화자의 자기 긍정을 보여줍니다. '괜찮겠다'는 체념이 아닌, 충분한 성취에 대한 담담하고 겸손한 만족감을 내포합니다.
이만큼 붉어졌으니 괜찮겠다
• 4~5행: '떠남'과 '상처'의 수용
"지금 이대로 떠난다 해도 / 상처 하나쯤 안고 간다고 해도"
마지막 행들은 소멸, 이별, 죽음과 같은 '떠남'의 순간을 예비하며, 삶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상처'를 기꺼이 받아들임을 선언합니다. 상처는 결핍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흔적이자 성숙의 증표로 승화됩니다.

3. 이미지와 언술의 상호작용
이 디카시의 미덕은 이미지와 언술이 단순한 삽화 관계를 넘어, 상호 보완적인 변증법을 이룬다는 점에 있습니다.
• 이미지 → 언술 (구체화): 붉은 잎의 실제 구멍(상처)은 언술 속의 '상처 하나쯤 안고 간다고 해도'라는 구절에 강력한 물리적 증거를 제공합니다. 또한 잎의 붉음은 '이만큼 붉어졌으니 괜찮겠다'는 자기 수용의 근거가 됩니다.
• 언술 → 이미지 (확장): 언술 속의 '문장 하나 완성'이나 '떠난다 해도'와 같은 철학적 사유는 이미지를 단순한 가을 사진이 아닌, 존재의 의미와 소멸의 미학을 담은 상징물로 격상시킵니다. 잎의 붉음은 이제 시인의 고뇌와 노력의 결실이 됩니다.

'가을의 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가장 명징한 상처를 보여주는 사물의 본질을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수식 없이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성숙한 존재의 자족감과 삶의 상처를 기꺼이 포용하는 태도를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