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탐사] 물 폭탄에 쑥대밭으로 변한 화순꽃강길 어쩌나 300mm 넘는 기습 폭우로 화순천 범람 ... 꽃밭은 자갈밭, 곳곳 산책로 유실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2025년 07월 18일(금) 23:45

집중호우에 쑥대밭 된 화순꽃강길과 산책 나선 주민들

수중 분수대 물에 잠기고 훼손 흔적 ... 정상작동 '기대 난'
향후 분수대, 고수부지 꽃강길의 존치 놓고도 논란 일 듯


[프레스존] 전남 화순군이 약 2년 전 지석강으로 흐르는 화순읍 대리 일원의 천변에 조성한 화순꽃강길과 분수대가 지난 17일과 18일 300mm가 넘는 폭우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훼손됐다.

지난 17일 화순 백아면에 하루만 300 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18일 오후 다시 많은 비가 내린 화순 꽃강길은 관광자원화, 주민힐링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나드리복지관를 사이에 두고 하천 양옆에 삼천리에서 대리, 강정마을 입구까지 1km 남짓 길이로 기다랗게 조성된 꽃강길은 이번 폭우가 고수부지로 범람하는 사이 크고 작은 자갈과 돌멩이가 뒤섞인 쑥대밭이 됐다.

화순천 범람이 남긴 생채기들

개미산 전망대와 잘 어울리는 아치 형태로 놓인 나드리교의 아래쪽에 길이 60m, 폭 10m로 하천 한 가운데 수조를 설치해 아름다운 불꽃을 뿜어대던 분수대도 온전치 않아 보인다.

꽃강길 분수대는 비가 소강된 이날 오후 들어서야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전체를 드러내곤 있지만 정상작동이 되기 어려울 것처럼 비쳐졌다.

이로써 올 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화순꽃강길 음악분수대는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지 않으리라 짐작한다.

음악분수대는 최대 높이 50의 캐논 슈터, 노즐 681개, LED 수중 조명 263개, 빔 프로젝트 등이 갖춰져 화려한 조명이 가능해 관람객들로부터 환호성을 지르게 만드는 장치다.

올 봄 화순봄꽃 축제 때엔 유채꽃이 노랑색으로 꽃강길을 물들인 산책로 주변 곳곳엔 깊게 패이거나 나뭇가지와 돌멩이 자갈 토사가 뒤섞이는 바람에 과연 이곳이 축제 현장이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자갈길에 물고기 놀이터 된 고수부지 꽃밭 조성지

비가 다시 시작됐음에도 불구, 우산을 쓴 채 꽃강길을 걷던 60대 여성(화순읍 광덕리 거주)은 “거의 날마다 산책하며 힐링의 기회를 갖고자 이곳을 찾았는데 이번 폭우로 꽃강길이 유실돼 허망하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나드리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30대 남성은 “어제 호우로 하천이 범람해 도로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그 바람에 꽃강길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자갈밭으로 변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보도 패이고 꽃길 자갈길로 변하고

훼손될 대로 훼손된 꽃강길을 산책 중이던 또 다른 주민은 “화순군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냇가 한 가운데에 분수대, 고수부지 양옆에 꽃강길을 조성했을 텐데 앞으로도 기후온난화가 더욱 두드러지면 이번처럼 유실과 훼손사태가 반복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민선8기 화순군은 관광자원화와 주민힐링공간을 명분으로 2023년 2월부터 10월까지 123억 원을 투입해 꽃강길과 분수대, 개미산 전망대를 조성한 후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 화순의 명소로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화순꽃강길과 분수대 조성에 화순천변이 적절하지 않다는 군청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 이 사업의 타당성이나 재해위험성 등을 따지지 않은 채 강행한 화순군정을 두고선 예산 낭비라는 비판의 시각도 존재한다.

화순천 범람의 흔적들

올해 들어 4월 18일부터 5월 11일까지 열렸던 화순 봄꽃 축제를 위해 고수부지에 심었던 유채꽃 등 화훼류를 다시 꽃 피우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선 700만원 상당의 꽃씨를 최근에 뿌려 놓았는데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폭우로 소용이 없게 된 셈이다.

지난 17일과 18이 이틀에 걸친 폭우에 따른 화순 지역 피해 실태 파악에 나선 시설안전팀과 화순읍사무소측은 꽃강길 현장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실무자들은 “현재로선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거나 “호우가 완전히 그쳐야 꽃강길 유실이나 산책로 훼손, 분수대 파손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며 말만 되풀이할 따름이다.

구복규 화순군수가 관광 화순의 명소로 내세운 개미산 전망대와 관광자원화의 쌍끌이 역할을 해온 꽃강길 복구가 얼마나 신속히 이뤄질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 제기된 입지의 적절성, 타당성 등 시비를 무릅쓰고 화순천에 조성한 수중 분수대와 고수부지 꽃강길의 향배에 대해서도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